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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4-26, 20:02:08 에 re815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기타] 충북 영동으로 확산된 조선일보 추방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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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디지털'말']
충북 영동으로 확산된 조선일보 추방운동
고추보다 매운 ‘독립군’ 출현!
호기심 가득 찬 눈으로 이 집회를 지켜봤다. 가장 먼저 그들의 눈길을 끈 것은 기념비 앞에 일렬로 늘어선 사람들이 들고 있던 큼직한 글씨. 할머니, 아저씨, 아줌마, 여고생, 어린이 등 15명이 나란히 들고 있는 네모 반듯한 화선지에는 붓으로 쓴 글씨가 한 자씩 적혀 있었다.
“조·선·일·보·없·는·아·름·다·운·영·동·을·위·해.”
◆ 3·1운동 기념비 앞의 아름다운 풍경 ◆
이 날 행사의 제목은 ‘조선일보바로보기 영동시민모임(일명 영동독립군) 출범식’. ‘독립군 사령관’에 선출된 변의수씨(40, 사진 오른쪽)의 사회로 시작된 행사는 작업복에 장화를 신은 유기주씨(38, 심천면)가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면서 절정을 이루었다.
“아! 이제 이 땅에 새날이 열리는구나. 저 간교한 세치 혀와 짧은 펜을 가지고 작금의 우리 현실을 난도질하며 진정한 민중의 뜻을 짓밟아 왔던 무리들을 성토할 그 날이 열리는구나. 이곳 영동에서 가소롭게도 민족의 정론지를 자임하며 온갖 반민족적 작태를 일삼았던 조선일보를 응징할 새날이 열리는구나.”
그것은 해방 55주년인 작년 8월 15일 출사표를 던진 충북 옥천에 이어 영동에서도 ‘조선일보 추방운동’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유씨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마지막 대목에서 더 커졌다.
“양식 있는 영동인들이여! 분연히 일어나 조선일보를 응징하는 데 동참하자!”
시종 뜨거운 열기 속에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기자는 몇 가지 아름다운(?) 장면을 목격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유심히 행사를 지켜보던 한 할머니가 선뜻 집회장 한 가운데로 걸어왔다. 그리곤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영동을 위해’라고 쓰인 종이 하나를 집어들었다. 할머니가 선택한 글씨는 ‘아름다운’ 중에서도 ‘름’ 자였다. 읍내 성당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이라는 남점옥 할머니(70, 심천면 양목리)는 집회에 동참한 이유를 묻자 “좋은 일을 하는디 당연히 참석해야지”라고 답했다.
자진해서 행사에 참석한 사람은 ‘할머니’뿐만이 아니었다. 영동고와 영동중에 재학중인 ‘소녀’와 ‘소년’들도 다수 참석했다. ○희○양(17)과 ○대○군(14) 등 6명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그들은 학생 신분이라 실명이 언론에 보도되지 못하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최석주(전대기련 중앙집행위원), 홍세민(청주대), 김석주·양소영·김영미(건국대 충주캠퍼스), 이진영씨(충주대) 등 충북지역 대학생 기자들인 ‘처녀’와 ‘총각’들도 대거 영동으로 달려왔다. 최석주씨는 “전대기련이 올해의 역점사업으로 ‘조선일보 추방운동’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전국에서 사절단(?)이 영동을 찾은 것도 눈길을 끈다. 영동의 이웃동네인 옥천의 전정표(조선바보 옥천시민모임 대표), 오한흥(『옥천신문』 편집국장), 조만희(전교조 옥천지회장), 김성장씨(옥천상고 교사, ‘옥천독립선언서’ 작성자) 등을 비롯해 김정란(상지대 교수), 방의천(발해뗏목탐사대 대장), 우리모두에서 ‘어른이’라는 필명으로 활약하는 문한별, ‘조그만 실천’과 ‘마귀할멈’의 필명을 가진 마산의 이장규씨 부부와 어린 딸 등이 참석해 조선바보 영동시민모임의 출범을 축하했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행사의 전 과정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은 황철민 교수(세종대 영화예술학과)는 “옥천과 영동의 ‘물총운동’을 기록영화로 제작해 올 가을 부산영화제에 출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집회가 끝난 뒤 참석자 전원은 읍내 시가지와 주택가를 누비며 조선일보의 친일행각을 고발하는 전단을 배포했다. 대다수 주민들은 전단에 적혀 있는 “한일합방은 조선의 행복 위한 조약” 등의 조선일보와 조광의 친일기사를 보고 놀라면서 ‘조선일보 추방운동’에 공감을 표시했지만, 일부 주민들은 “당신들 빨갱이 아니냐?”며 시비를 걸기도 했다.
◆ 영동지역 농민운동과 조선일보의 악연 ◆
사실 영동의 ‘물총운동’은 역사적 필연성(?)을 갔고 있다. 우선 농민운동이 강성했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영동은 조선일보와 깊은 악연이 있다. 1989년에 발생했던 ‘영동고추사건’ 당시 조선일보가 왜곡보도를 하는 바람에 4명의 농민이 구속된 것이 바로 그 사건이다. 다음은 구속자 중의 한 명인 이주형씨(53, 한겨레 영동지국장)의 증언이다.
“그해 1월 13일 고추값 폭락에 분노한 농민들이 군청을 점거하고 농민들과의 약속을 어긴 군수를 억류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농민과 군청이 화해하는 차원에서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열흘 후 갑자기 조선일보가 「죽창 든 ‘고추시위’ 공포의 8시간」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으로 크게 보도하면서 공안당국의 강경대책을 유도했다.”
영동에서 조선일보 추방운동을 전개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그는 “조선일보의 왜곡보도로 피해를 본 것이 어디 영동뿐인가. 광주(광주항쟁)가 그랬고, 부산·마산(부마항쟁)이 그랬고, 울산(노동자대투쟁)이 그랬다. 조선일보는 힘없는 농민과 서민의 적이다”고 말했다. 앞으로 영동에서 물총운동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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