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2001-04-30, 22:56:33 에 wonju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기타] 수의 열세를 민심의 바람으로 잠재운 일본 자민당 총리선
|
출처 : [인터넷한겨레]
오태규 - 혁명인가, 복수인가 2001.4.30
1955년 자민당의 창당 이래, 일본정치는 사실상 자민당의 지배체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물론, 1993년 자민당의 분열로 인해 잠시동안 총리가 호소카와 모시히로-하타 쓰토무-무라
야마 도미이치 등 비자민당 출신으로 바뀐 적이 있지만, 96년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부터 다
시 자민당 총리 시대로 복귀했다.
이런 자민당 정권을 뒤에서 조종하고 지탱해온 세력이 바로 `당의 당'이라고 불리는 다나카
인맥이다. 다나카 인맥은 1972년 다나카 총리가 다나카파를 만든 이래 다케시타파-오부치파
-하시모토파로 이름을 바꿔오며 자민당 정치, 즉 일본정치를 좌지우지해왔다. 그들은 자파
의 총리 후보가 있을 때는 자파 총리를 만들고, 그렇지 않을 때는 자신들의 말을 잘 듣는
다른 파벌 쪽에서 대리인 총리를 내세우는 수법으로 30여년간 한번도 정권의 중심에서 떠나
본 바가 없었다.
고이즈미 혁명?
이런 점에서 하시모토파와 정면대결해 승리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탄생은 일본정치에
서 하나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애초 고이즈미 후보가 출마했을 때 그가 하시모토파의
회장인 하시모토 류타로 전 총리를 이길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국회의원
346명 가운데 101명을 거느리고 있는 대파벌을, 60명에 불과한 모리파의 회장인 고이즈미가
깬다는 것은 그동안 자민당을 지배해온 수의 논리로 볼 때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고이즈미는 숫자에서 불리함을 바람으로 제압하는 전략을 구사해 성공했다. 10여년
동안에 걸친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와 경기불황으로, 현상타파를 원하는 국민들의 열망을 교
묘하게 파고든 것이다.
그는 우선 파벌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을 읽고 자신이 회장을 맡고 있는 모리파에서 과
감하게 `파벌이탈'을 선언했다. 또 오랜 동안 불황을 겪고 있는 경제를 철저한 구조개혁을
통해 살려놓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런 전략이 일반당원을 상대로 실시된 예비선거에서 돌
풍을 일으켰고, 이 돌풍이 국회의원들간의 숫자놀음에만 익숙한 `나카타쵸'의 중앙정치무대
를 쓸어버린 것이다.
고이즈미 혁명이 통할 수 있었던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일반 시민이나 당원들이
`국가보다는 당, 당보다는 파벌'에 집착하는 자민당 정치에 염증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고 경
제가 장기 불황을 벗어나지 못한 탓에 `무엇이든 갈아보자'는 열망이 강하게 잠재하고 있던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이것에 더해 예전에 비해, 파벌의 장악력이 크게 약화된 정치구조도 고이즈미 돌풍에 큰 도
움을 줬다. 자민당의 파벌은 한마디로 파벌의 영수를 총리 후보로 내세움과 함께 돈과 자리
를 분배하는 기구로 기능해왔는데, 이런 역할이 최근에 상당히 위축소됐다.
그 계기가 된 것은 94년 제정된 정치개혁법이다. 우선 정치개혁법의 통과에 따라 선거구제
가 중선구제에서 소선구제로 바뀌면서 정치인들의 파벌의존 구조가 크게 약화됐다. 같은 선
거구에서 같은 당의 다른 파벌 의원들이 함께 싸우는 중선구제에서는 파벌의 지원이 절대적
이었지만, 소선구제에서는 한 당에 한 명의 후보만 출마하게 되므로 파벌 의존보다는 공천
을 하는 당기구와 유권자 의존이 절대적으로 높아졌다.
또 정치자금법의 개정으로 기업과 단체의 의원 개인용 기부가 크게 제한되고 정당 보조금
등이 크게 늘면서 자금 분배창구로서의 파벌의 역할도 크게 축소되고 간사장 등 당 공식기
구의 힘이 세졌다. 이번에 하시모토파에서 반란을 일으킨 4명의 의원이 모두 94년 정치개혁
법 통과 이후 당선된 당선 1, 2회의 소장파 의원들이었다는 점이 이런 변화를 잘 말해준다.
또 부수적으로, 그동안 총재선거에서 1표 밖에 없었던 47개 도도부현 대표의 표를 3표씩 늘
리고 예비선거에서 이기는 쪽이 3표를 전부 갖게 하는 식으로 총재 선거제도가 개정된 것도
중앙 표가 약한 고이즈미 승리의 좋은 발판을 마련해줬다.
하시모토파에 대한 복수
고이즈미 정권의 탄생은 혁명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도안 당내정치과정에서 찬밥을 먹은 데
대한 복수의 측면도 강하다. 이는 파벌의 역사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역대 자민당 정치에서 가장 치열하게 대립해온 정치인은 다나카 가쿠에이와 후쿠다 다케오
두 전직 총리였다. 이들은 55년 자민당이 창당한 이래 수십년간을 정권 쟁취를 위한 한치
양보없는 치열한 싸움을 벌여왔다. 이들의 싸움은, 정치 평론가들이 `가쿠후쿠(角福)전쟁'으
로 이름지어 부를 정도로 길고 유명했다.
두 사람은 출신배경부터 성격, 인맥까지 완전히 대조적이었으며, 이후 정치에도 강력한 영향
력을 남겼다. 다나카는 초등학교 출신으로 일찍 건설업에 뛰어들어 성공한 뒤 정계에 뛰어
든 자수성가형의 인물로, 추진력과 열정이 뛰어났다. 반면, 후쿠다는 명문 도쿄대 출신으로
대장성 사무차관까지 지낸 뒤 정계에 입문한 엘리트 정치인으로, 이성과 논리가 뛰어났다.
한마디로 다나카가 뜨거운 가슴을 지닌 정열의 정치인이었다면, 후쿠다는 찬 머리를 가진
이성의 정치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다나카가 다른 의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인간미로
접근했다면, 후쿠다는 논리와 지성으로 후배 의원들을 사로잡았다. 또 다나카는 우정, 통상,
교통, 건설성 등 이권 부서에 강한 면모를 보인 반면, 후쿠다는 외교, 국방, 대장성 등 정책
부서에 강했다.
현실정치에서는 다나카가 후쿠다를 거의 매번 눌렀지만, 이들의 경쟁과 대립은 항상 긴장감
있게 진행됐고 이들의 대립과 경쟁구도는 이후 그들을 계승하는 파벌로 그대로 계승됐다.
고이즈미가 바로 후쿠다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한 후쿠다의 애제자였고, 하시모토가 자민당
에서 다나카인맥의 정통 후계세력인 하시모토파의 회장이라는 점을 보면, 이번 총재선거는
또다른 `카쿠후쿠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고이즈미는 95년과 98년에도 하시모토와 오붙이 게이조에 도전장을 내는 등 제 2, 3의 `가
쿠후쿠전쟁'에서 복수를 노렸지만 턱없이 패하고 물러난 전력이 있다. 비로소 세 번째의 도
전에서 성공한 고이즈미는 가장 첫 작업인 당 3역 인사에서부터 철저하게 하시모토파 부수
기에 나섰다. 파벌타파를 내세우며,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파를 당 3역 등 당직에서 철저하게
배제한 것이다. 이어 실시된 각료 인선에서도 모리 요시로 내각에서 최다수인 5명의 각료를
배출했던 하시모토파를 2명으로 줄이는 등 껍데기로 만들어 버렸다.
고이즈미가 상표처럼 내세우는 우정 3사업의 민영화도 실상은 다나카파에 대한 복수심에서
출발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나카는 기시 정권에서 우정상으로 처음 입각한 뒤,
특정우체국장 조직을 자파 조직의 근간으로 육성했으며, 이후 우정국과 우정국 조직은 다나
카-다케시타파의 아성으로 굳게 자리잡았다.
특히, 다나카는 우정상으로 재임할 당시 지방의 유지가 대부분 우체국장을 맡고 있는 점에
착안해 이를 자신의 조직으로 삼으려는 의도 아래 당시 전국에 800개 정도에 불과하던 특정
우체국 수를 배 이상으로 크게 늘렸다. 한 참 뒤인 92년 고이즈미가 우정상이 됐을 때는 이
미 우정성 산하 조직이 다나카인맥의 전위부대로 굳어져 있었다. 이에 고이즈미는 다나카인
맥의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서는 우정인맥부터 부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우정산업
민영화를 평생의 과업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적의 적은 동지
이번 고이즈미 정권 탄생과정에서 매우 재미있는 일이 다나카 전 총리의 외동딸의 행보였
다. 그는 선거과정에서 자기 아버지 정적(후쿠다)의 애제자인 고이즈미를 가장 열심히 도왔
다. 주위를 가리지 않고 퍼붓는 독설과 과감한 행동으로, 일반인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항상 `차기 총리감' 수위로 꼽히는 그는 이번에 고이즈미의 `응원단장'을 자임하며 정력적
인 가두연설에 나서 `고이즈미 돌풍'의 최대 공로자가 됐다. 그가 이번에 외상에 기용된 것
도 외교에 대한 비전과 능력보다는, 선거과정의 공헌과 국민적인 인기를 고려한 것으로 전
해졌다.
사실 그는 고이즈미를 원래부터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98년 고이즈미가 가지야마 세이로쿠
와 함께 오부치 게이조와 총재경선을 할 때만 해도 고이즈미를 이상한 사람이라는 뜻의 `헨
진 으로 비꼬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 고이즈미의 열렬한 지원자로 나선 데는 그의 아버지에 대한 원한과 복수
심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나카는 74년 금맥문제로 총리에서 물러나고
이어 터진 록히드사건으로 재판을 받으면서도 최대 파벌으 유지하며 다시 정치의 전면에 복
귀할 날만을 호시탐탐 노렸다.
그래서 10여년 이상을 `음의 장군'으로 군림하면서도 다케시타 노보루 등 자파 유력 의원들
이 총리에 나서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말을 잘 듣는 타파 의원을 대타 총리로
내세워왔다. 왜냐하면 자파에서 총리가 나와 파 안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지면 그가 다시 재
기할 기회가 영영 사라진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파안의 인내도 한계가 있었다. 10년여를 2인자로 지내던 다케시타가 85년 드디어 가
네마루 신, 오붙이 게이조, 가지야마 세이로쿠, 오자와 이치로, 하시모토 류타로 등과 함께 `
파안의 파'인 경세회를 만들어 다나카를 껍데기로 만드는 반란을 일으켰다. 이에 충격을 받
은 다나카는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결국 복귀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93년 숨지고 말았다.
당시 아버지 곁에서 모든 수발을 들고 있던 외동딸 마키코로서는 아버지의 죽음이 다케시타
를 비롯한 배반자들, 지금의 하시모토파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외상으로 기용된 뒤 연 첫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았느냐"고 물어
보자, "나는 그렇게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다"고 넘어갔으나, 많은 사람들은 고이즈미와 마키
코의 연대를 `적의 적는 동지' 차원에서 이뤄진 `정략 결혼'으로 보고 있다.
대외정책은 보수우익
이렇듯 고이즈미 정권은 일본의 관점에서 보면 개혁과 복수의 두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제까지 파벌의 숫자 놀음이 지배하고, 이익단체와의 깊은 공생이 뿌리깊은 구태의연한 정
치의 타파를 내걸고 있다는 점에서는 고이즈미 정권은 분명히 개혁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회생을 이룩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는 점에서도 개혁적이라
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
그러나 파벌을 이탈했다고 하면서도 자신의 원래 파벌인 모리파 의원을 각료에 중용하고,
94년 이래 하시모토파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YKK(야마사키 다쿠, 고이즈미, 가토 고이치
등의 영어 앞자를 따서 만든 조어)그룹을 우대한 인사는 역파벌 우대이고, 하시모토파에 대
한 앙갚음이라는 분석도 많다.
결국 고이즈미가 개혁정권이냐 복수정권이냐 하는 점은 선거 이후에도 펼쳐질 정책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출범 초부터 당 안팎의 취약한 권력기반 때문에 인기의 거
품이 꺼지면 쉽게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또한 고이즈미가 자신이 내건 개
혁을 착실히 추진하고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선전하면 의외로 긴 시기를 집권하는 본격정권
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교차하고 있다.
고이즈미 정권은 대내적인 개혁 평가와는 달리, 대외적으로는 보수우익정권의 색깔이 분명
하다. 고이즈미는 우선 자민당 전통적인 매파 세력을 이어받고 있는 모리파(기시-후쿠다-아
베-미츠쓰카로 이어지는 당내 제2파벌) 출신이란 점에서, 정책의 한계가 뚜렷하다. 일례로
모리파의 선배인 모리 요시로 총리가 집권 막바지에 리덩후이 전 대만 총통에게 비자를 내
줘 중일관계에 파란을 일으킨 것도 기시-후쿠다-아베를 잇는 매파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이
어받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이즈미도 총리가 되자마자, 자위대의 군대로서의 존재 인정과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
법 제9조(교전권 포기 등)개정에 의욕을 보이고, 야스쿠니신사 공식 참배를 공언하는 등 주
변국의 우려를 자아낼 수 있는 우파 성향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더구나 이번 정권 탄생
과정에 우익본류를 자임하는 나카소네 야스히로와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가 고이즈미
|
|
|
|
Cyber Webzin
정치/정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