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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5-02, 18:31:32 에 불타는남자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한나라당] 폭력의 위협(?)에 굴하지 않는 정치인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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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마이뉴스]
폭력의 위협(?)에 굴하지 않는 정치인이 되길
의원들간 험악한 모습을 보고
고태진 기자 ktjmms@kornet.net
부처님 오신날이었던 5월1일 휴일의 느긋한 아침, TV를 트니 KBS2 TV에서 뉴스를 시작하고 있었다. 역시 첫뉴스는 간밤에 있었던 국회의 개혁법안과 해임건의안 관련 뉴스를 보도하고 있었다.
화면에서 민주당은 와병중인 의원까지 동원하는 모습에 이어, 한나라당에서는 지각한 한 젊은 의원을 중진인 듯한 의원이 심하게 욕하면서 꾸짖는 모습이 뒤를 이었다. 접촉은 없었지만 주먹까지 휘둘렀다. 잠깐 동안 지나간 화면이었는데, 국회의원들의 막가는 행태에 어지간히 익숙한 나였지만, 한동안 심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930 뉴스]개혁법 유보
하긴 국회 내에서 폭력에 관한 사건은 심심찮게 있었다. 작년 민주당 공천권을 둘러싸고 김태랑 의원이 이상수 의원에게 주먹을 휘두른 사건도 있었고, 날치기통과 때나 의원들간의 설전이 몸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껏 거의가 서로의 이해관계의 대립에 의한 사건이었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국회의원들이 정부기관이나 관리들에게 자신의 위상을 내세울 때면 자칭하는 '헌법기관'이 흡사 영화 '친구'에서 보스에게 혼나는 똘마니나 별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취재기자가 보고 있는데도 이 정도이니 자기네들끼리 있을 때는 정말 가관일 것이다. 젊은 의원들이 패기만만하게 국회에 입성했다가도 조직의 논리에 순응하는 경과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도대체 그렇게 혼나던 젊은 의원은 누구이며, 또 그렇게 무섭게 다른 '헌법기관'을 야단치던 의원이 누구인지 궁금해진 나는 인터넷으로 다시 뉴스를 보았다. 그 젊은 의원은 원희룡이 확실해 보였다. 중진의원은 정창화 총무인 것으로 보였다. 검사로서 변호사로서 승승장구하던 원의원 같이 잘 나가던 인재에게 그런 수모는 익숙치는 않았을 것이다.
도대체 이 사건에 대해 원희룡 의원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원의원의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았다. 몇몇 시민이 게시판에 그 사건에 대한 항의의 글을 남겨놓았고 원의원의 해명글이 남겨져 있었다.
정창화 총무가 이후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였음을 밝히고 자신은 그 일에 대해 슬픔과 의분을 느끼며 그럼에도 정치권을 바꾸는 데 주저하거니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하지만 그 화면을 직접 본 사람은 원의원의 해명에도 별로 수긍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반말, 욕지꺼리, 주먹, 만취상태였으면 모를까, 그 당시의 행태들이 결코 한 순간의 우발적인 사건이라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결국 조직 내의 일상화된 행태를, 흥분한 나머지 살짝 보여주고 만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치권을 바꾸겠다고, 새로운 정치를 해보겠다고, 큰 꿈을 갖고 의사당에 들어간 젊은 정치인이 한낱 거수기로, 하부조직원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잘 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
정창화 총무를 비롯한 기존의 '중진 정치인'들은 내 관심의 대상이 아니니 언급을 회피하기로 하고 원희룡(여,야를 막론한 초선의 젊은 의원을 대표해서) 의원에게 부탁하고자 한다.
조직에서 한낱 거수기 노릇을 할 바에는, 폭력의 위협(?)에 시달리며 충성을 강요당할 바에는, 천정배 의원 같이 조직 내에서도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조직에서 벗어나서 애초에 당선되었을 때의 각오로 화끈하게 정말 국민을 위해 제대로 국회의원 한번하라고.
다음에 공천 못 받아 국회의원 못하면 어떤가? 능력 있는 원의원이 국회의원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 휠씬 더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정치인으로서 크게 되고 싶으시다고? 그럼 할 수 없다. 조직에 잘 순응해서 조직 내에서 무럭무럭 크는 길을 택할 수밖에. 하지만 만약 그렇게 하고 싶다면 새로운 정치니, 젊고 깨끗한 정치니 하면서 국민의 의식을 혼돈케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4월 30일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진 개혁법안과 해임건의안 관련 작태는 여건 야건 정치인들은 국민에게 희망이 아니라 좌절과 절망을 주는 존재가 될 뿐이라는 사실만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정치인은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왜 우리 정치가 이렇게밖에 되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물음에 원희룡 의원이 당한 수모의 장면에서 한 해답을 찾을 수가 있다.
작년 4월 '바꿔 바꿔'의 열풍 속에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은 많은 젊은 의원에게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우리 정치의 퇴행적 모습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이제 1년이 지나고 3년이 남았다. 실망과 좌절 속에서도 다시 한번 젊은 의원들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그래도 기대할 데라고는 이제 그곳밖에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젊은 의원들이여! 폭력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부디 심기일전하기 바란다.
2001/05/02 오후 12:45:42
ⓒ 2001 OhmyNews
고태진 기자는 경북 김천에 살고있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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