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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5-17, 12:36:57 에 사이버보좌관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기타] "역사에 공짜는 없다" '화해전진포럼'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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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마이뉴스]
"의원들은 제왕적 총재의 볼모
아름다운 반란 일어나야 한다"
"역사에 공짜는 없다" '화해전진포럼' 출범
공희정 기자 ohmynews@ohmynews.com
"역사에 공짜는 없다. 아름다운 반란을 일으켜야 한다"
김근태 정대철 등 여당 의원 20명과 김덕룡 이부영 등 야당 의원 17명 그리고 함석헌 신부, 신경림 시인 등 각계 재야 인사들을 포함 모두 95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화해전진포럼'이 17일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10시 프레스센터에서 창립총회를 가진 이 '개혁연대'는 여야 개혁파 중진과 과거에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이들이 2002년 대선에서 '제3세력'으로 일정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창립대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오전 10시 40분 현재 '의회민주주의 활성화 방안'을 놓고 포럼을 진행중이다. 이 포럼의 발제자중 한사람인 김덕룡 한나라당 의원은 "역사에 공짜란 없다"면서 "교차투표(크로스보팅) 실현, 제왕적 총재로부터의 의원 자주성 확보, 대통령의 당총재 겸직 금지 등이 이뤄져야 의회가 제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를 위해 "지금은 아름다운 반란"을 할때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실제 국회의원들의 표결권 행사에 있어서는 총재가 정해주는 당론이라는 굴레에 묶여 거수기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고 "솔직한 고백"을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의 발제는, 비록 개인적인 것이긴 하지만, 의원들이 느끼고 있는 현 정치권의 문제점과 화해전진포럼의 향후 활동방향을 예상하게 해주고 있다.
다음은 김덕룡의원의 '화해와 전진'포럼 창립총회 발제문 <의회민주주의 활성화 방안> 전문이다.
오늘 포럼 '화해와 전진'이 역사적인 첫걸음을 내딛었다. 오늘 이 모임이 우리 정치권의 자기반성을 통한 정치개혁으로 연결되고, 나아가 21세기를 희망의 세기로 개척해 나갈 개혁의 산실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우리가 개혁해야 할 정치과제 중에 하나는 국회가 정치력을 회복하는 일이다.
오늘의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이기 때문에 국회가 정치의 중심에 서야 비로소 민주정치가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의회정치가 정당정치와 연결되면서 국회 운영의 주체가 된 정당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정당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당 총재 겸직 못하게 하자
우선 여당은 국회를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틀로서만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항상 수(數)의 정치에 연연해 하고 있고 과반수 의석을 확득하지 못하면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해서라도 과반수를 만들어왔다. 그 '숫자 놀음의 정치'의 대표적인 예가 지금의 DJP연대고 또 소위 3당정책연대다.
반면 야당은 국회를 정권을 공격하는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현 정권이 실패한 정권이 되어야 차기에 집권이 유리하다는 생각때문이다.
그러니까 정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 국회에는 대통령을 공격하고 방어하는 싸움만 난무할 뿐, 진정한 의미의 정치는 실종되고 말았다.
국회가 정치의 중심에 서서 정치를 주도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회를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제 하에서는 무엇보다도 3권분립이 중요한데 우리 국회는 항상 대통령에 의해 장악되어 왔기 때문에 국회가 자기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대통령이 여당의 총재자리를 겸직하였고, 총재로서 여당을 통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으로부터 국회를 독립시키기 위해서는 당내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고 의회가 독립을 유지하기까지는 당분간 이 수단을 제도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긴요하다.
즉 대통령이 여당 총재의 직을 겸할 수 없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국회가 대통령을 가운데에 놓고 소모적인 공방을 벌이는 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도 맞는 것이다.
그리고 그 효시를 만들기 위해 우선 김대중대통령이 스스로 민주당 당적을 버려주거나 최소한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그러면 우리 국회도 정쟁에서 벗어나 본연의 가능을 회복하게 될 것이며, 또한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를 청산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참고로 한나라당의 경우에는 뉴밀레니엄위원회 활동을 통해 이미 대통령직과 총재직을 분리하는 문제에 뜻을 모은 일이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드린다.
국회의원들이 제왕적 총재의 볼모가 되고 있다
다음으로는 국회를 운영하는 주체인 정당을 민주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 정당들은 지역주의정치에 기초한 1인 지배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패권을 앞세운 제왕적 총재들이 국회의원들을 볼모로 잡아 국회를 정쟁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당들의 비민주적 운영 실태는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고백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당의 의사결정을 총재가 혼자서 한다는 것이다. 전당대회를 해서 부총재 또는 최고위원을 뽑아 놓았지만 보고나 받을 뿐 아무런 결정권이 없다.
심지어 국회의원들의 고유권한인 원내대책까지 모두 총재의 지시나 독단에 의해 결정되고 있으며 의원총회는 형식적으로 추인해 줄 뿐이다. 정치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직선거후보자추천 즉 공천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형식적으로 공천심사위원회란 것이 있지만 오로지 총재가 독단을 한다. 상황이 이러니 국회의원들이 모두 총재 1인지배 체제하에 예속되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가부장적 1인지배 정당체제를 청산하지 않고는 민주적인 정당이 될 수 없다.
교차투표(크로스보팅)로 거수기노릇 이제 그만하자
다음으로 국회를 당론이라는 속박으로부터 국회의원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크로스보팅 즉 교차투표를 정착시키자는 것이다. 그리고 크로스보팅도 현실적으로 지금같이 정당이 민주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 만큼, 우리는 우선 여기에 우선적 목표를 두고 전략적 대응을 해야한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지금도 각자가 헌법기관으로서 의안표결에 있어서 소속정당으로부터 독립하여 양심과 신념에 따라 자유롭게 투표하는 것을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 국회의원들의 표결권 행사에 있어서는 총재가 정해주는 당론이라는 굴레에 묶여 거수기 역할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이것을 정당투표라고 하는데 이것을 어기기는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바로 정당적 제제를 당하는 것은 물론 다음 공천에서 탈락해 재당선이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의 모범이라할 미국의회를 보면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정당투표가 매우 강했다. 그러나 정당들의 공천과정을 민주화하는 차원에서 예비선거 제도를 도입한 결과 원내표결에서 교차투표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끊임없는 의회제도 개혁으로 위원회와 소위원회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원내에서 권력분산이 이루어져 초당적인 정책중심의 교차투표를 촉진시켰고 그결과 지금은 정당투표의 비율이 40%선 이하로 낮아졌다.
우리나라도 이 방향으로 가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당내 민주화를 통해 권력분산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우선 국회 운영방식에 있어서 영국식 언더라인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이것은 원내총무단이 소속의원들에게 당 노선에 대한 고지문을 회람시켜 자율적으로 지키도록 유도하는 것인데, 그 고지문에 안건마다 밑줄을 그어 당론 구속의 정도를 시사하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즉 밑줄이 세 번 쳐져 있으면 당론을 어기지 말라는 강력한 권고이고 밑줄이 줄어들면 그만큼 재량을 주는 것이다.
우리도 이러한 제도를 도입해 당의 존립에 관한 사항이 아니고 특히 민생과 관련된 정책사안이라면 가급적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관행을 여야간에 정착시켜야 한다.
그러나 민주화되지 못한 현재의 정당체제로는 교차투표를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민의의 대변구조를 왜곡시키는 비합리적 당론정치에 맞서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양심과 소심에 따라 투표하는 아름다운 반란이 일어나야 한다.
국회의 정책능력 강화....인사 청문회 확대해야
마지막으로 의회민주주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회의 정책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국회가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정책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정치 현실은 정책을 등한시 하고 있다. 국회에서 여야가 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을 놓고 지역대결만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책을 담당한 세력은 관료였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당이 집권했느냐에 관계없이 관료사회가 독점적으로 정책을 구상 입안하고, 정치세력들은 그 시점에서 여당이면 찬성하고 야당이면 반대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따라서 여당때 찬성하던 사안을 야당이 되어서는 반대하거나, 또는 야당때 반대하던 일을 여당이 되어서는 추진하는 아니러니한 현상들이 종종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정책능력을 가지고는 국회가 정치의 중심에 설 수가 없다. 따라서 나는 몇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는 국회 산하에 정책연구소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책연구소에서 행정부가 아닌 국회의 입장에서 정책을 연구하고 개발하여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두번째로 현재 대통령 산하에 있는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해야 한다. 적어도 과거 심계원이 갖고 있던 회계 기능이라도 반드시 국회로 가져와야 예산과 결산을 심도있게 할 수 있고 정부통제가 가능한 것이다. 세번째로 인사청문회를 확대하고 각종 공청회를 비롯한 조사위원회 등 소위원회 활동을 강화해 국회의 견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역사에 공짜는 없다
끝으로 개인적 소회를 하나 말씀드리고자 한다. 16대 국회는 구조적으로 정쟁을 잉태하고 태어났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여야의 총재들이 기싸움을 벌일 때 이를 해결할 방법을 갖고 있지 못해 큰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16대 총선후 첫 소견을 밝히는 자리 에서 크로스보팅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가 있었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나고서야 포럼 '화해와 전진'이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가 크로스보팅을 실현하고 당내 민주화로 가는 첫 이정표를 세우기까지 또 얼마가 걸릴지 모른다.
그러나 역사에 공짜는 없다. 우리의 희생과 고통이 있어야 우리 정치가 한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양심세력을 자임하고 모였다. 특히 정치권에 있는 우리는 양심과 소신에 따라 크로스보팅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자신을 버리고 내일의 희망을 심는 한알의 밀알이 되어야 한다. 뜻을 같이 하는 정치인 여러분들의 동참과 국민 여러분들의 성원을 부탁드린다.
2001/05/17 오전 10: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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