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이회창 총재의 야심작인 '국가혁신위원회'의 존폐 여부를 놓고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가혁신위가 여당으로부터 '백발흑심의 대선 사조직' '혁신위가 정권인수위 기능을 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모독한 발상'이라는 파상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당초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기로 했던 '싱크탱크'들이 잇따라 참여 의사를 철회하는 등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 일각에선 국가 혁신위는 이미 용두사미가 되면서 스타일을 구긴채 망신살만 뻗칠 위기에 봉착했다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국가혁신위는 이미 기치를 올린 '국민우선정치'와 함께 2002년 대선에서 기선을 제압할 '이 총재의 양대 무기'로 평가돼 왔었다.
현 정권의 '잇따른 국정실패'와 '장기비전 부재'에 대해 압박을 가하면서 능력있는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시켜 거대한 인재 풀을 형성,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겠다는게 당초 설계였다.
이 총재의 이같은 장밋빛 구상은 그러나 국가 혁신위의 자문위원 명단 유출과 성격 논란 등에 따른 '역풍'으로 번지면서 한나라당 내부에서 조차 '국난극복을 핑계로 괜시리 외부인사에 줄서기를 강요한 위세과시용 기구라는 비난만 자초했다'는 비판의 표적이 된 상태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자칫 이 총재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17일 7개 분과위원회 인선을 서둘러 매듭짓고 업무성격도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국가혁신과 운영모델을 찾는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이 총재 역시 국가혁신위 파문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자문위원 모임의 비공개성에 대해 서둘러 기자들에게 사과하고 활동기간도 올 연말까지로 한시적으로 가동키로 하는 고육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김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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