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박근혜 부총재의 탈당 이후 불과 열흘 사이에 고위 당직자들의 당직사퇴와 총재단 사퇴요구 등 심각한 갈등을 보이며 `혼미' 속으로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회창 총재와 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주류쪽 인사들은 “당의 큰 줄기는 흔들림이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지난주 말 이후 사실상 이 총재의 지도력에 도전하는 당내 파문이 계속되는 데 대해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 총재쪽은 잇따른 악재 속에 당이 동요하면서 `대세론'이 상처를 입을까 우려하는 빛이 역력하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일단 이 총재쪽은 “올 것이 왔을 뿐이다. 우리 당은 큰 당이어서 때때로 가지가 흔들릴 때도 있다”고 위안하며 `당내 동요'의 확대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이 총재는 10일 일본출국에 앞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김덕룡 의원의 `대선 전 집단지도체제 도입' 요구는 물론, `서울시장 경선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이부영 부총재의 제안에 대해서도 냉담한 태도를 취했다. “이미 정해진 길을 흔들림없이 가겠다”는 게 이 총재의 생각인 셈이다. 비주류 인사들의 탈당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미 정해진 당론을 바꿔가면서까지 타협할 생각은 없음을 분명히한 셈이다.
그렇지만 이 총재와 주류쪽은 김덕룡 의원이나 서울시장 경선에 불참한 홍사덕 의원 등에 대해 개별적 차원의 반대급부를 제시하며 `잔류'를 설득하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는 이 총재가 방일을 앞두고 김 의원과 홍 의원을 직접 만나려 한 대목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김 의원이 탈당을 포기하면 당내 갈등을 조기에 가라앉힐 수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잔류를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의원은 물론 홍 의원까지 탈당한다고 나설 경우 당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악재'들의 도미노 현상을 차단해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 측근들 가운데 일부는 “홍 의원까지 탈당으로 기울 경우 이 부총재가 제안안 총재단 사퇴나 경선 일정 조정 등 특단의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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