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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1-05, 16:45:23 에 youall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기타] '끼리끼리'에 기대려는 대선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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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ohmynews]
고태진 기자 ktjmms@kornet.net
현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하고, 대통령을 여당의 총재식에서 사퇴하게 만든 여러 '게이트'들을 보수신문, 특히 조선일보 같은 신문은 '끼리끼리'란 말을 사용하여 비판하여 왔다. 즉 정권의 핵심에 있는 인사들이 지연과 학연 등을 이용하여 서로를 봐주고 밀어주면서 이권을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왔다는 것이다.
'진승현 게이트 ’재수사와 그에 따른 작금의 상황 전개를 보자면 지금 이 나라를 정말 제대로 된 나라라고 부를 수 있을지 새삼 묻지 않을 수 없다. 입으로는 언제나 ‘개혁 ’과 ‘민생 ’을 떠드는데 뒷전에서 벌어진 것은 온통 끼리끼리 ‘먹자판 ’이요, 문제가 터졌다 하면 일단 ‘면피 ’에만 급급해온 것이 이 나라 권력층의 모습이라면 도무지 뭐라고 할 말을 잃을 정도다. 한 마디로 위 아래 가릴 것 없는 난장판인 셈이다. (12월16일 사설 '어쩌다 이렇게까지')
인사의 편중에는 이 같은 보상심리와 함께 피해의식도 크게 작용했다. 오랜 야당생활과 당국의 정보 사찰 탄압은 자연히 「그들」 이외의 「다른 사람들」을 불신하게 만들었고 그것은 결국 「믿을 만한 사람」을 선호하는 끼리끼리의식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과거의 정권들 역시 그들만의 인맥을 형성하고 그 밖의 사람을 배척해왔는데 우리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있느냐?』는 일종의 앙갚음식 감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12월14일 김대중칼럼 '전리품의 오용')
지난 몇 년간 미친 듯이 부풀어 올랐다가 거품이 빠지면서 드러난 '벤처를 가장한 돈놀음'의 후유증과 정권 핵심부의 비리가 맞물린 '게이트'가 현 정권의 도덕성을 파탄에 빠뜨리게 했지만, 사실 '끼리끼리 해먹기'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권들의 공통적인 폐해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정권 이전에도 아마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군부정권시절엔 군부출신들과 그에 결탁한 경북지역 정치인들이, 문민정권시절엔 이른바 상도동 출신의 가신 정치인과 경남지역 출신들이 '끼리끼리'를 형성해서 이권을 챙기고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그나마 문민정권 때는 그러한 비리가 많은 부분 드러나 정권말기에 대통령아들을 포함한 몇몇 사람이 처벌되기도 했지만, 권위주의 정권시절에는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함으로써 대부분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김대중 정권도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의 말마따나 '보상심리'와 '피해의식'이 작용한 '끼리끼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구시대적 정치행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사실을 근래의 '게이트'들이 보여 줬다면, 다음 대통령을 뽑는 2002년 대선은 '구시대적 정치행태에서의 탈피'라는 측면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연초부터 보인 행보는 참으로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는 '3김청산'을 외치던 소신과 어울리지 않게 1월3일 상도동의 김영삼 대통령의 자택을 비공개리에 방문하여 밀담을 나눴다. 퇴임후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무차별적인 독설과 대북정책에 대한 비난으로 일관하면서 우리 정치에 활력과 희망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온 김 전대통령을 비밀리에 찾아가서 국민에게 알리지 못할 밀담을 나누는 이 총재의 모습은 '새로운 리더십'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총재가 김 전대통령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들을 보이는 것은 새로운 정치문화의 창출이라는 국민의 여망에는 미흡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감정을 없애고 3김시대를 종식시키겠다는 그가 김 전대통령의 영향력에 기대어 경남 지역정서의 도움을 기대하는 듯한 모습은 '새로운 리더십으로 희망의 변화에 앞장설 것이며, 새 시대를 활짝 열어 나가고자'한다는 신년사에서의 그의 다짐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할 것이다.
민주당의 대선주자중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인제 고문의 행보는 더욱 가관이다. 일찌기 이승만 전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 박정희 전대통령을 '근대화의 아버지', 김 전대통령을 '정치적 아버지'로 천명한 이 고문은 한때 '지는 해'로 폄하하기도 했던 김종필 자민련총재에 대해 새롭게 충만한 존경심도 숨기지 않고 있다. 한 나라의 비젼을 제시해야할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으로써 모든 사람을 다 포용하겠다는 태도는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할 수밖에 없다.
이 고문이 참신한, 젊은 정치인의 모습으로 현재의 유력대선주자의 위치에 오른 것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그의 면모이다. 설령 그가 '아버지'들이나 그 '아버지'들의 추종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대통령이 되더라도 구시대적 정치행태를 청산한 새롭고, 바람직한 리더십을 만들어낼 지는 의문일 수밖에 없다. 결국 여러 정치세력들에 휘둘리고, '끼리끼리'의 패거리 정치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과거와 단절만이 능사란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단지 지금까지의 숱하게 겪어왔던 과거의 패거리식 정치행태들은 청산해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과거의 경험과 경륜을 얻기 위해서라면 대통령이 된 연후에 그들의 의견을 듣고 참고로 하면 될 것이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여기저기 굽신거리고 도움을 청하는 일부 대선주자들의 행보는 2002대선을 계기로 과거 수십년을 지배해온 낡은 정치인과 구시대의 퇴행적 정치행태를 청산하리라는 국민의 희망에 불안을 느끼게 한다.
우리 정치가 정치패거리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게이트'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의 총재직사퇴가 계기가 되었지만,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제에서 비롯된 정치권의 민주적 경선바람은 구 시대의 일인제왕체제를 청산할 좋은 기회라 할 것이다. 단지, 새로운 리더십을 내걸었지만 구시대의 정치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아직도 '끼리끼리'의 정치세력에 기대고 의존하는 일부 대선주자들이 걱정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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