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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12-26, 09:54:03 에 ilovsky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한나라당] 한나라당, 내전 시작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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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주간조선]
[대권-당권 분리론] 한나라당, 내전 시작 초읽기?
주간조선 1684호 [정치] 2001. 12. 27. (목)
12월 17일 오전 한나라당 중앙당사 7층 총재실. 이회창(李會昌) 총재 주재로 열린 총재단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가시돋친 설전이 벌어졌다. 최근 국가혁신위가 제안한 ‘당권(黨權)·대권(大權) 분리’와 관련한 당내 갈등이 표면화된 것.
분리론자인 최병렬(崔秉烈) 부총재는 이날 회의석상에서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이 예전에 이와 관련해 자신을 공격했던 것을 강력히 따졌다. 최 부총재는 “청와대에서 근무해본 경험상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고, 국회를 장악하는 것은 문제라는 판단이 서 이미 오래 전부터 당권·대권 분리를 주장해왔다”며 “그런 데도 이런 소신에 대해 사무총장이 마치 당권에 뜻이 있어 그런 것처럼 ‘K모 의원을 앞세운다’는 둥 말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최 부총재는 이어 “총재가 김 총장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도 (김 총장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도 섭섭하고, 당 기강이 문란해졌다는 지적이 많다”며 “협력이 중요한 때에 사실과 다른 공격을 하면 당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부총재는 잘잘못을 가리고 적절히 처리해달라는 요구도 이 총재에게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채 “툭하면 하극상(下剋上) 운운하는데, 총장 이전에 국회의원으로 코멘트도 못하느냐”고 받아쳤다.
상황이 이쯤 되자, 이 총재는 “내게 이 문제를 맡겨달라. 자꾸 이야기하다 보면 본인들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번져나갈 수 있다”고 직접 나섰고,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도 “지금은 3대 게이트의 실체를 밝히는 데 주력할 때이기 때문에 전당대회나 경선 이야기는 잠시 멈췄으면 한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비주류인 강삼재(姜三載) 부총재까지 나서 “당이 건강해지려면 혼돈이 있더라도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해 조율하고 합의를 도출하면 되는 것”이라며 “나도 개인적으로는 당권·대권 분리에 흔쾌하지 않지만 (최 부총재가) 충정(衷情)으로 말하는 것은 당이 참고해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최 부총재를 거들었다.
■ “DJ에게 총재직 사퇴 촉구할 땐 언제고…”
이날의 논쟁은 이 총재가 “당 지도부가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조심하고, 당 지도부는 단합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하면서 마무리됐으나 서로간의 앙금은 계속 남아있는 상태다.
특히 최근 한나라당에 입당, 충청권 공략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는 김용환(金龍煥) 국가혁신위 위원장도 당내 불협화음에 대해 상당히 언짢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의 부탁으로 이 총재가 맡고 있던 국가혁신위원장직에 취임, 사심(私心)없이 개혁방안을 제안했는데, 이 총재 주변에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는 것. 김 위원장은 아직까지 공개적으로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지 않지만,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이 총재에게는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잔잔하던 한나라당 내에 뜻밖의 파열음이 일고 있는 것은 당권·대권 분리가 실현될 경우 ‘포스트 이회창’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는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가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 중의 하나이고,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당을 이끌어가는 인물이 ‘넘버2’로 부상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한나라당 내에 권력투쟁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내의 당권·대권 분리 주장은 당내 비주류인 김덕룡(金德龍)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던 뉴밀레니엄위원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김 의원은 12월 8일 그동안 뉴밀레니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확정됐던 정치개혁 방안을 이 총재에게 전달했고, 이 방안 중에 대통령의 당 총재직 겸직 금지 조항이 들어있다. 김 의원은 특히 “민주당 내에서 일고 있는 각종 정치개혁의 바람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며 “그런 측면에서 우리 정당의 1인 지배체제가 청산될 때까지는 대통령이 여당총재직을 겸임하지 못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 총재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총재직 사퇴를 촉구해놓고는 정작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내의 당권·대권 분리 주장에는 최병렬 부총재와 비주류 중진들이 가세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朴槿惠) 부총재는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돼 1인 보스체제라고 비난받고 있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당권·대권 양자의 분리가 바람직하다”고 했고,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 분리 등은 한나라당에도 적용돼야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당권·대권 분리 주장에는 일부 소장파 의원들도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14일 이 총재와 초선 의원간의 간담회에서는 대부분 의원들이 이 총재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당 총재직을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같은 당 안팎의 요구에 대해 이 총재는 사실 11월 말까지만 해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총재는 러시아·핀란드 방문을 위해 출국했던 11월 21일, 당권·대권 분리론에 대해 “당권·대권 분리 주장이 나오는 것은 제왕(帝王)적 대통령의 폐해를 막자는 것인데, 현행 헌법하에서는 총리에게 권력을 분담하면 이같은 문제를 막을 수 있다”며 “이것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 대한 권력집중 현상을 개선하면 대통령이 정당총재를 겸함으로써 권력이 비대화되는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로,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다가 12월 11일 국가혁신위 국가비전·정치발전 분과위 보고를 듣는 자리에서 당권·대권 분리를 받아들일 뜻을 밝혔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과 총재직 분리문제를 포함해 당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는 방안 등을 심도있게 종합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 이에 따라 김용환 국가혁신위원장과 서청원(徐淸源) 정치발전분과 위원장은 내년 2월까지 당권·대권 분리시 당의 지도체제 문제와 대통령의 당에 대한 영향력 행사 수위 등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를 할 예정이다.
이 총재가 전격적으로 당권·대권 분리 요구를 수용한 것은 여당의 개혁 움직임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자기 생존을 위한 것이든 어떻든 간에 뭔가 새롭게 움직이고 개혁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슈를 선점해가는데, 한나라당은 수구정당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한나라당도 뭔가 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고, 가시화된 결과물이 당권·대권 분리 수용이었다. 다만 야당이란 특성상 대통령에 당선된 뒤 총재직을 내놓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가 당권·대권 분리 주장을 수용한 것을 놓고 이 총재 주변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 총재의 ‘친위대’를 자처하는 인사들은 상대측 인사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등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총재측은 당권·대권 분리론이 결국은 ‘2인자 자리를 겨냥한 노림수’이고, 이 총재를 대통령 당선 후 당에서 격리해 자신들의 파워를 키워보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개혁이란 미명하에 ‘넘버2’들이 이를 강제하려 한다는 것. 특히 일부에서는 당권과 대권이 분리될 경우 2004년 치러질 17대 총선에서 이 총재가 전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경우, 정치권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는 요원해진다는 걱정도 하고 있다.
■ “민주당에 비해 수구적 모습 보여서야”
한편에서는 우리 정치 풍토상 당권·대권 분리가 가능하겠느냐는 현실론을 내세우며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박희태(朴熺太) 부총재는 “당권과 대권이 분리되면 당은 왕당파(王黨派)와 당권파(黨權派)로 나뉘게 될 것”이라며 “그러면 승리하는 사람은 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금처럼 청와대에 ‘왕’이 앉아있는데 어떻게 당권파가 힘을 쓸 수 있겠느냐는 것. 결국 당권·대권 분리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는 각종 제도적 보장을 동시에 실현할 때 가능하지, 현재 같은 시스템에서 당권을 가진 사람은 현재의 대표 이상 권한을 갖기는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당권·대권 분리 논쟁은 자칫하면 당내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박근혜 부총재가 대선 후보 경쟁에 나서면서 공정성 시비를 제기한 상태인 데다, 비주류 의원들의 당내 개혁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김덕룡 의원측은 “당권·대권 분리론을 중심으로 연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이 문제뿐만 아니라 당내 혁신을 위한 개혁세력간의 연대는 가능하고, 실제 준비되고 있다”며 이 총재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다.
이 총재측은 이에 대해 “당권·대권 분리론자들은 당내에서 소수지만, 언제든지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며 “다만 이를 핑계로 당의 단합과 화합을 깨뜨리려는 의도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윤정호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jhyoo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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