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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타 지역 출신 후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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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배달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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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 시각 |
2002-07-17 06:22:08 from 211.201 조회수 14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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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타 지역 출신 후보론
지역주의와 국가주의
지난 6월 내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 열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글이 아마도 수백편 정도 나오지 않았나싶다. 그런 글들 가운데 ‘사회 통합’과 ‘공동체 의식’을 지적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런 평가에 한편으로 동의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무언가 개운치 않은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대한민국’ 함성엔 분열도 갈등도 없었다”와 같은 종류의 평가 때문이었다. 분열과 갈등 해소에 도움을 주는 축제의 기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월드컵은 국가주의적 축제다. 월드컵이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곁들여 판매했기 때문이다. 국가주의적 축제는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기보다는 국가적 영광을 위해 분열과 갈등을 잠시 초월하거나 덮어두자는 것이기 때문에 축제 본연의 의미와는 좀 거리가 있다.
지금 나는 월드컵이 국가주의적 축제였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니다. 그 축제를 한껏 즐긴 사람으로서 나에겐 그런 주장을 할 자격도 없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온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우리의 월드컵 열기가 오늘날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지역주의와 과연 무관할까 하는 것이다. 우리의 월드컵 열기는 질서정연했고 화기애애했고 열린 것이었기 때문에 그걸 지역주의와 연결시켜 생각하는 건 무리라는 반론이 나올 법하다. 그러나 지역주의는 안 그런가. 지역주의는 이념·성향·취향·계층·성별·나이 등 모든 차이를 초월해 하나로 묶어주는 강하고 질서정연한 통합력을 발휘한다. 강한 지역주의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다른 지역 사람 개개인에 대해선 얼마든지 화기애애하고 열려 있을 수 있다. 지역주의의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역에서 찾는다는 데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세계 어디를 가건 대한민국 사람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대한민국의 영광과 긍지를 위해 애쓰고 그것에 매료되는 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축구가 대한민국의 영광과 긍지를 위해 크게 기여한 걸 인정하는 데에 인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영광과 긍지에 대한 집착은 국내에서 경상도 또는 전라도 또는 충청도의 영광과 긍지를 위해 집단적으로 똘똘 뭉치는 것과 너무도 닮은 꼴이라는 데에 있다. 월드컵 열기를 계기로 연고주의에서 탈출하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번 열기의 심층적인 원동력이 연고주의에 뿌리를 둔 것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국의 정치 담론은 신문지상에서 이뤄지는 ‘양지의 담론’과 사석에서 이뤄지는 ‘음지의 담론’으로 양분된다. ‘양지의 담론’은 투표 결과를 분석할 때 이외엔 지역주의를 거론하지 않는다. 김대중 정권의 인기 하락은 오직 김정권의 실정과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는 식이다. 일리 있는 말씀이지만 그것만으론 모든 걸 다 설명할 수 없다. 본격적으로 지역주의를 다루는 ‘음지의 담론’에 이르러서야 지금 여론조사 수치만으로 드러난 민심의 수면 아래에서 요동치고 있는 그 어떤 강한 움직임을 접하고 깨달을 수 있다. 그걸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분들은 김정권 출범 이후 영남지역에서 치러진 여러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외쳐온 선거 구호들을 살펴보면 될 것이다. 민주당이 호남지역에서 외친 선거 구호들을 살펴보는 것도 그러한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수백년 또는 수천년에 걸쳐 형성된 한국인의 집단주의적 기질을 바꾼다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 기질을 극복하자는 근본주의적 주문을 하기보다는 그 실체를 인정하면서 그걸 완화시킬 수 있는 다른 제도적 장치들을 강구하는 게 훨씬 더 현실적인 방안이 아닐까. 예컨대 국회의원은 반드시 타 지역 출신 사람들만이 후보로 나설 수 있게끔 법을 만드는 건 어떨까. 물론 웃자고 해본 소리다. 싱거운 수작 한다고 꾸짖을 분들이 있겠지만, 앞으로 한동안 계속될 가공할 지역주의적 투표 행위보다 더 욕 먹을 일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강준만님의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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