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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9-15, 08:48:07 에 ilovsky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청와대] [막오른 순수DJ시대] '단독정부' 수립 DJ 숨가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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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피플]
[막오른 순수DJ시대] '단독정부' 수립 DJ 숨가쁜 질주
뉴스피플 486호 [정치/ 사회] 2001. 9. 20.
임동원(林東源) 전 통일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3일 이후 정치판은 숨돌릴 틈없이 요동쳤다.‘DJP공조’가 허망할 정도로 빠르 게 와해됐으며 이한동(李漢東) 총리의 위태로운 ‘줄타기’로 내각 개편의 밑그림도 수정을 거듭했다. 민주당에서는 당 대표직을 놓고 계파간 권력 투 쟁이 빚어지기도 했다.
당 대표에 한광옥(韓光玉) 청와대 비서실장이 내정되자 몇몇 초선의원들은 탈당까지 불사하겠다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일부 최고위원들도 이에 동조했 다.보각수준에 그친 개각을 놓고 “쇄신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해임건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며 의기양양했던 자민련과 김종필(金鍾泌·JP) 명예총재는쇠락의 길로 접어 들었으며 명실상 부한 원내 1당의 위치를 거머쥔 한나라당도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눈치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각변동의 진앙지는 청와대였다.집권 내내 야 당의 거친 ‘태클’과 DJP공조라는 ‘족쇄’에서 최고통치권자에게 주어진 선택권을 마음대로 행사하지 못한 김대중(金大中·DJ) 대통령이 임기 말에 와서야 비로소 ‘질주’를 시작한 것이다.통일부장관 경질 거부→DJP공조 붕 괴→이한동 총리 잔류→당·내각 친정(親政)체제 구축으로 이어지는 정국의 전개과정과 이에 따른 다양한 반응은 모두 DJ가 선택한 결과이며 결과에 대 한 책임 역시 전적으로 DJ의 몫이다.
해임건의안의 국회 가결은 분명 김 대통령에겐 큰 타격이었다.가뜩이나 임 기 후반기를 맞아 레임덕의 조짐이 나타나는 마당에,소수여당으로 국정을 이 끌어가는 것은 대통령에겐 매우 험난하고 고단한 길이 될 게 분명했다.그러 나 김 대통령은 단호하게 고단한 길을 택했다.그가 질주에 나선 이면에는 양 보할 수 없는 자존심과 철저한 계산이 있었다.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직후 박준영(朴晙瑩) 청와대 대변인은 “민족문제에 대해 공조하지 못하는 데 다른 국정에 대해 공조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국 회의 이번 결정은 남북화해협력 정책을 무력화시키고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 하려는 시도로 국민과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며 DJP공조의 결렬을 선언했다 .박 대변인의 선언은 결국 김 대통령의 비상한 의지와 분노를 전하는 것이었 다.김 대통령은 임 장관을 자진사퇴시켜 통치권에 치명적 상처를 입느니,차 라리 정치권의 변화를 촉발함으로써 불확실하지만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것 을 선택했다.
햇볕정책에 대한 신념에다 ‘공조가 깨져도 잃을 것이 별로 없다’는 현실 적인 계산은 김 대통령의 결심을 재촉했을 것이다.여권의 한 인사는 “올해 에는 예산안 말고는 큰 현안이 없다.내년은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로 국회가 비중을 갖지 못할 것”이라며 “김 대통령은 ‘DJP공조가 깨지면 잃을 게 뭔가’라고 자문했을 것이고,‘별로 잃을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 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민주당 역시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중심축이 남북관계와 경제 회생,서민생활 안정 등 세가지 정도가 될 것이며,이것들은 DJP공조 여부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사안들로 보고 있다.남북관계는 ‘다수여당’으로도 별 추친력을 못얻었던 사안이며,경제와 서민 문제는 한나라당과의 마찰이 상대 적으로 적은 분야여서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민주당 이훈평(李訓平) 의원은 “울고 싶은 데 빰 맞은 꼴”이라며 간단하게 설명했다.
김 대통령은 자민련 총재직과 총리직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이한동 총리 도 결국 자신의 뜻대로 붙잡았다.“쇄신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비판과 ‘JP와의 영원한 결별’이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 총리에 집착한 이유는 여러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보수적 이미지의 이 총리가 남을 경우 민주당과 청와대에 측근을 배 치해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김 대통령이 평소 이 총리를 좋게 평가했던 점도 원인이다.박준영 대변인은 이 총리의 총리직 잔류 발표 뒤 “김 대통령은 국정의 연속성,내각을 탁월하게 관장해온 이 총리의 능력 을 평가해 사표를 반려했다”고 밝혔다.
이 총리의 유임으로 국회 인준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렸다.김 대통령은 이 총리가 물러나고 새 총리를 지명할 경우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거부하면 국회에서 임명동의안 처리가 쉽지 않다는 것을 고민해 왔다.이 총리의 중부 권 대표라는 간판과 보수색깔이 ‘DJ 대 반(反)DJ’구도를 희석시킬 수 있다 는 점도 작용했다.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부처인 중부권의 득표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DJ의 ‘질주’는 총리 유임 결정에 이어 전광석화처럼 한광옥 비서실장을 대표로 내정한 6일 저녁에 절정을 이루었다.숨돌릴 틈없이 단행한 대표 내정 에서 대표 자리를 둘러싸고 일어난 당내 암투사태를 서둘러 진화하겠다는 의 지와 총리 유임에 대해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반발하는 상황을 덮어보겠다는 계산을 읽을 수 있다.
김 대통령은 동교동계 구파에 가까운 한 실장을 당 대표로 내세움으로써 철저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당내에선 그동안 ‘실세형 대표감’으로 떠 오른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이나 ‘관리형 대표’ 후보인 김원기(金元基) 최고위원을 거론해 왔다.그러나 김 대통령은 한 최고위원을 축으로 당내 권 력다툼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관리형 대표와 실세 형 대표의 중간적 성격을 띤 한 실장을 선택했다.
청와대 역시 ‘한광옥 대표체제’를 출범시킨 배경에 대해 집권 후반기에 민주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 안으로는 경제,밖으로는 남북문제에 보다 전념하려는 김 대통령으로 서는 야대(野大)국회를 헤쳐나가고 당내 대통령후보 경선전도 무난히 관리할 수 있는 ‘대리인’이 절실한 시점이고,이 점에서 후보경선에 나서지 않을 한 실장이 적격이라고 봤다는 것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부분개각으로 끝난 ‘9·7 개각’에서 김 대통령은 ‘국 정쇄신’보다 ‘국정안정’에 무게를 뒀다.쇄신의 한 단면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경제팀은 모두 유임시켰고 신임 장관 5명은 결국 ‘품안의 사람들 ’을 선택했다.
홍순영(洪淳瑛) 통일부장관은 현 정부 초기 외교부장관을 지냈고 안정남( 安正男) 건설교통부장관은 언론사 세무조사를 강력하게 주도한 국세청장 출 신이다.유용태(劉容泰) 노동부장관과 유삼남(柳三男) 해양수산부장관은 민주 당 의원이고 김동태(金東泰) 농림부장관은 지구당위원장이다.
이번 개각의 핵심이었던 통일부장관에 김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홍 장관 을 임명한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외교부장관과 주중대사를 경험한 그로 하 여금 임 전장관의 바통을 이어받게 함으로써 ‘햇볕정책’을 강력히 추진하 겠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셈이다.또 자민련 소속 장관 3자리(농림· 해양수산·건설교통)를 모두 교체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자민련과의 공조관계 를 분명하게 끊었다.
뒤늦게 ‘단독 정부’를 수립한 김대중 대통령은 앞으로도 무수한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다.우선 대표 임명을 둘러싸고 불거진 민주당 내부 분열을 치 유해야 하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의 영수회담도 성공으로 이끌어 야 한다.‘국민을 상대로 한 정치’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하루가 다르 게 밀려오는 대선의 물결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지에 대해 국민들은 최고통치 권자의 선택을 바라보고 평가할 것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k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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