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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5-01, 18:29:29 에 ilovsky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민주당] "<신문로 칼럼>정계개편, 명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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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내일신문]
"<신문로 칼럼>정계개편, 명분 있다
(내일신문) 2002.04.29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한국유권자운동연합 의정평가단 부단장
정계개편, 명분 있다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한국유권자운동연합 의정평가단 부단장
정치권 새판짜기가 시작되는가. 한나라당을 떠난 박근혜 의원이 신당을 띄웠다. 미니 정당으로 전락해 신세가 처량해진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민주당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이인제 민주당 고문을 염두에 둔 중부권 신당 논의도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노무현 후보도 경선 도중 정계개편 화두를 제기했다. 한나라당은 즉각 야당파괴 책략이라며 반발했다.
여당 후보가 정계개편의 화두를 던지니까 정권재창출을 위해 인위적 정계개편 음모가 있는 것처럼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정계개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정계개편은 늘 일어나고 있다. 자연스런 정계개편은 국민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선거 결과 만들어지는 새로운 정치구도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발하지 않는다. 선거를 치르기 전이나 선거가 끝난 뒤에도 정계개편이 일어난다. 이런 정계개편이 다 문제인 것도 아니다.
정계개편 자체가 무작정 나쁜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선거 직전이나 직후에 정계개편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97년 대통령 선거 때 자신을 공천해준 정당의 이름으로 출마한 후보는 국민승리21의 권영길 후보뿐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회의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지만 대통령 선거에서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동후보였다. 자민련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던 김종필 총재는 출마하지 않았다. 신한국당의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 선거 때 소속된 정당은 한나라당이었다. 신한국당과 손잡고 한나라당을 만든 민주당의 조 순 후보 역시 출마하지 않았다. 신한국당 경선에서 패배한 이인제 경기도 지사는 국민신당의 후보로 출마했다.
또 1967년 대통령 선거 직전에도 정계개편이 있었다. 민중당의 유진오 대통령 후보와 신한당의 윤보선 총재의 만남, 그리고 여기에 재야의 원로 백낙준-이범석이 가세한 4자 회담을 통해 민중당과 신한당은 합쳐서 신민당을 만들었다. 이 정계개편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었다. 공개적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1985년의 2·12 총선을 전후해서도 정계개편이 있었다. 신군부가 정치활동을 금지시켰던 정치인들이 해금되자 신당을 만들었다. 선거결과 신당 돌풍이 일어나자 제2중대라 불렸던 민한당 의원들이 대거 신민당으로 당적을 옮긴 것이다. 그 바람에 신군부가 인위적으로 만들었던 다당체제가 양당체제로 개편되었다. 이것 또한 비난받지 않았다. 2·12 총선을 통해서 드러난 민심에 따른 개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계개편이 음모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고 비난받는 것은 국민의 뜻과는 무관하게 밀실 야합을 통해 인위적으로 추진되는 정계개편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3당 합당이다. 3당 합당이 욕을 먹는 것은 호남을 포위하는 비호남 지역연합의 성격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반독재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야당이 투쟁대상이었던 여당 권위주의 세력과 손잡았고, 부적절한 물밑 거래를 통해 국민이 선거에서 준 표심을 뒤집었기에 욕을 먹는 것이다.
영남을 배제하는 호남-충청의 지역 연대 성격을 띠었던 이른바 DJP 공조도 마찬가지이다. 헌정사상 첫 평화적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다 양해되는 것은 아니다. 이념과 지지 기반이 전혀 다른 두 정당은 내각제를 연결고리로 삼아 손을 잡을 수 있었는데 이것은 결코 개혁이 아니었다. 국민의 정부가 추진한 개혁이 곳곳에서 좌절된 데에는 DJP의 한계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유신독재의 가장 큰 피해자였다. 김종필 총재는 쿠데타의 원죄를 안고 있으며 스스로 유신본당이라 큰소리 친다. 그런데 어떻게 이 두 정당이 손잡을 수 있는가. 김 대통령의 유신 평가가 바뀐 것인가. 아니면 김 총재가 유신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한 것인가.
특정지역 배제하는 지역연합은 비난 대상
지금 정계개편의 계기나 명분은 있다. 특정지역에 압도적 지지기반을 갖는 1인 보스와의 연줄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지금의 지역정당 구도를 바꿀 필요는 있다. 더구나 이미 민주당이 아닌 다른 정파들이 새롭게 정당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정치권의 새판짜기가 공개적으로 제안되고, 투명하게 진행된다면 굳이 비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민주대연합이라든가 보수대연합이 자꾸 거론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정치구도가 불안정하다는 의미이다. 선거국면을 맞아서 어느 정당도 국민의 지지를 얻기가 자신이 없으니까 이해관계를 따져서 이합집산하는 것이 바로 정계개편이 아니겠는가. 다만 정계개편이 이념과 노선이나 정책을 기준으로 되지 않고 자칫 ‘영남 대 비영남’, ‘호남 대 비호남’ 이런 식의 지역대결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점이 우려된다.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한국유권자운동연합 의정평가단 부단장
김왕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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