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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5-06, 16:35:55 에 촘스키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통일/외교] 이충렬특보의 경질과 관련한 김민웅기자의 진심어린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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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후보의 첫번째 '패착'?
"美 심기 거스르는 것 두려워말라"
[김민웅의 뉴욕분석] 당연한 말 한 이충렬 특보 해임을 보고
김민웅 기자 minwkim@worldnet.att.net
민주당 대선후보 노무현, 또는 노무현 진영은 대미 인식과 대응에 있어서 초장부터 자주적 입지를 스스로 위축시키고 있다. 이것은 매우 중대한 실책이다.
꼭 해야 되고, 또 하는 것이 당연한 이야기가, 무엇보다도 내부적으로 "처벌대상"이 되고 말았다는 것은 이로써 노무현 자신과 노무현 진영의 대미 관계상 행동반경이 어디까지인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관련기사
<주간 오마이뉴스 2002 창간특종>
"공화당 입맛에는 안맞겠지만 한국대선에 끼어들 생각마라" / 오연호 기자
혹 선거전략상 일단은 중간층까지 포함한 지지기반을 안정시키기 위한 잠정적인 조처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아무런 비판 없이 이런 식의 과정을 그냥 지나치게 되면, 노무현은 미국의 패권정책에 자기도 모르게 또는 "알아서" 순치(馴致)되고 만다.
그것은 말로는 대등한 한-미 관계로의 변화를 주장하지만 현실에서는 1997년 IMF체제 수용 이후 전개된 김대중 정권의 굴종적 대미 자세가 새로운 형태로 연장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등한 관계 성립을 위한 실질적인 절차를 용기 있게 거쳐가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무현 자신과 그를 지지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망하는 세력에게나, 그리고 우리나라의 앞날을 위해서나 모두 불행한 일이 된다.
이 특보 해임은 피해의식 내지 과잉대응 아닌가?
▲백악관에 건네진 '노무현 파일'을 보도한 <주간 오마이뉴스 2002> 창간호 표지. ⓒ오마이뉴스
노무현과 그의 진영은 <주간 오마이뉴스 2002> 창간호 특종기사 '백악관에 건네진 노무현 파일'(오연호 기자 작성)에 실린 국제담당 특보 이충렬의 인터뷰 대목이 "미국의 대선 개입에 대한 경계 발언"으로 논란이 되자 이 특보를 전격 해임해버렸다. "미국은 이번만큼은 한국인들의 선택을 존중해 달라"는 논지에 따라 밝힌 "미국은 한국 대선에 끼어 들지 말라"라는 메시지가 논란의 초점이었다.
해임의 변은 미국이 한국 대선에 개입하고 영향력을 미칠 수단이 현재 별반 없고 또 그 증거도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외교적 마찰을 빚을 만한 근거를 제공한 동시에, 노무현 자신의 생각과 다른 발언을 특보가 했다는 것이었다.
노무현 진영은 상황 수습의 과정에서 노무현 자신이 이충렬 특보의 발언에 대해서 격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작 격노해야 할 대상은 지난 반세기 이상 우리의 내정에 여러 가지 모양으로 개입해 들어와 우리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다주었던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 전략 그 자체이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전 국제담당 정책특보 이충렬 씨.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풍>이 격파하려는 냉전형 특권세력의 역사적 토대인 식민지형 군사정권의 태동이 누구의 전략에 의한 소산이었으며, 그 유지가 누구에 의해 가능했던 것인지는 이제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사실(史實)이다.
따라서 그러한 내정간섭적 정치공작과 직간접적 영향력 행사가 다시는 이 땅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계기가 이번 대선을 통해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노무현 자신과 노무현 진영의 책임 가운데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선택에 대한 존중과 대선 과정에서의 엄정중립 요구는 현재 그런 내정간섭적 개입의 증거가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를 뛰어넘어, 미국의 지배의지가 대세적으로 관철되었던 지난 역사에 대한 청산과 향후 동일한 사태의 반복이 일어나지 않기를 경고하는 중대한 선언이다.
미국, 이미 지난 반세기 이상 내정간섭 직간접으로 행사
이 메시지는 지난 50여 년 이상, 그리고 현재까지도 한국정치에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이 시대 우리 민족의 당연한 요구이다. 독립국가의 계기가 주어졌던 1945년도 2차대전 종전 이후 꾸준히 이루어져온 미국의 식민주의적 내정간섭이 우리에게 얼마나 혹독한 시련을 안겨다주었는가는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불필요할 정도로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과거에는 그랬는지 몰라도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면 그것은 미국의 대한반도 인식에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거나 또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전략을 은폐해주는 논리가 될 뿐이다.
게다가 미국은 이미 부시정권에 굴종적/사대주의적 친화력을 과시한 바 있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이회창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분위기를 띄움으로써 대선 과정에 간접적 영향력 행사의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그것은 미국이 한반도 정책 전반에 걸쳐 자신의 의사에 순응하는 세력을 선호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며 이로써 이른바 순조로운 한-미 관계 내지는 공조를 위해서 필요한 한국의 선택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를 알린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따라서 노풍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노풍 경계보"를 바탕으로 내정간섭적 방향으로 흐르게 되는 것은 마땅히 저지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그것이 "미국식 경선"으로 탄생한 후보 내지는 에이브러햄 링컨을 존경하는 등 미국의 정치문화와 상당한 친화성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이 상대를 우호적으로 여기는가 아닌가의 판별기준은 상대의 자주적 입지의 강도에 있다. 따라서 미국이 원하는 기준에 따른 친화력 증대는 결국 자주성의 일정한 양보와 포기를 의미하는 것일 뿐이다.
자주성의 일정한 양보 내지는 포기는 바른 선택이 아니다
▲<주간 오마이뉴스 2002>에 보도된 문제의 '노무현 파일'.
주간 오마이뉴스 특종기사에 실린 노무현 파일의 대외정책 부분에서는 바로 그러한 자주적 입지의 일정한 양보 내지는 포기의 내용이 담겨 있다. 미국을 안심시키고 미국에 노무현을 친화력 있는 인물로 판단해주기를 바라는 의도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파일은, 김대중 정부의 대미 외교정책 존중이라는 전제하에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 주둔 필요, 남북관계 진전과정에서 핵심은 전통적 한미동맹, 한미공조의 주도하에 금강산 개발, 개성공업공단 개발, 철도 복원, 전기 지원 등을 계속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과거의 주한미군 철수 지지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는 노무현으로서는 미국의 군사적 이해관계를 건드리지 않을 작정임을 표명함으로써 미국의 경계망을 느슨하게 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는 미국과 미국에 굴종적으로 연대해 있는 냉전수구세력들의 공세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기 위한 전략상 일정정도의 타당성을 갖는다.
하지만 노무현은 자신이 미국의 군사적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에 집착한 나머지, 민족문제에 대한 미국의 존중을 요구하는 태도를 보다 분명하게 강조하는 데 실패하지는 않았는가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충렬 특보 해임 사건은 바로 이러한 실패의 산물이다.
▲'노무현 파일' 내용 중에서
미국이 언짢아할 일은 피하면서 결국 모든 중대한 민족사적 과제를 미국과 상의하면서 하겠다는 식의 논리를 그대로 전개함으로써 한반도 상황에 대한 미국의 패권적 주도권에 대한 승인서명을 미리 해버리고 만 셈이다. 이는 1997년 IMF체제 성립 직전 대선 후보들이 IMF의 요구에 따라 협상내용 추진을 수용한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상황을 반복하는 것이 된다.
특히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 주둔 필요까지 굳이 앞질러 강조한 것은 대미관계의 식민지적 성격을 극복하는 작업에 노무현 체제가 얼마나 심각한 한계에 처해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일 이후의 동북아시아 정세를 면밀히 검토하여 이에 합당한 새로운 안보체제를 만들고 여기에 따라 미국의 새로운 역할이 모색되지 않겠는가"라는 정도의 논리로도 충분한 것을 "미리 알아서 기어버린 식이 되었다"고 평한다면 과도한 비판이 되는가?
미국의 패권적 영향력 최대한 배제, 여론지지 극대화 노력 필요
오랜 식민지형 정치에 물든 한국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원칙은 다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정치적 선택에 미국의 부당한 패권주의적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하는 노력이 여론의 막강한 지지를 얻도록 하는 일이다. 혁명적 열기로 뿜어져 나온 <노풍>의 민족사적 의미는 바로 이 작업의 추진력을 얻게 되었다는 데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한 노무현 자신의 대응은 대미 관계에 있어서 보다 당당한 자세를 갖도록 요구하고 있는 최근의 "민심의 엄호"를 굳게 믿지 못하고,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 보수언론과 냉전수구세력들의 식민주의적 발상에 따른 여론몰이, 그리고 미국의 내정간섭적 압박 가능성에 위압당하고 만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들게 한다. 이것은 노무현의 우향우를 촉구 내지 유도하려는 세력의 공세에 첫 패배의 깃발을 든 격이나 다를 바 없다.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전술적 선택이라고 여길지 모르나, 이 단계에서 이 문제를 깊이 성찰하고 차후의 대응을 보다 정교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대미 자주성의 입지가 하나 하나 허물어지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직시해야 한다.
노무현을 비롯한 개혁세력 모두가 절박하게 깨우쳐야 할 사실은, 미국은 대외정책에 있어서 "독점금융자본과 국무부, 국방부의 3자 결합에 기초한 확고한 제국주의 국가"라는 점이다. 이데올로기적 반미논리가 아니라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이는 이미 1898년 미국과 스페인의 전쟁 이후 필리핀과 쿠바, 푸에르토리코, 아이티 등을 식민지로 만들어온 경우로부터 시작해서 냉전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치도 변함이 없는 미국 외교사의 진면목이다.
가령 스콧트 니어링(Scott Nearing)과 조세프 프리만(Joseph Freeman)이 1925년에 쓴 <달러외교>(Dollar Diplomacy)를 보라. 미국이 오늘날 행동하는 일체의 유형과 방식은 벌써 1백년 전 그 대강(大綱)의 세부사항이 정리되어 지금까지 추진되어 온 것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미국의 제3국 내정간섭과 패권적 지배전략의 내용은 실로 전율 그 자체이다. <선의의 제국>이란 없다. 상대의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정복과 지배를 추구하는 <아메리카 제국주의>의 전략을 극복하는 과정은 물론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를 거부하는 메시지조차 포기하는 것은 미국의 내정간섭적 영향력을 대중들이 극복하는 역량집결의 기회와 공간 자체를 소멸시키는 행위가 된다.
자주적 기초없는 친선은 굴종으로 가는 길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대미관계의 입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노무현 자신과 그 진영이 과도하게 수세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자칫 노무현 체제의 근본체질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자주적 기초를 처음부터 분명히 세우지 않는 대미외교의 친화적 자세는 "외교적 세련으로 포장된 굴종"으로 가는 길목이 될 뿐이다.
참으로 준열한 자기성찰과 비판이 속히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노풍>은 내부의 피해의식적 관점과 오도된 전략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사그라들고 말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봉건적 정치문화와 냉전형 특권질서, 그리고 굴종적 대미관계를 세 축으로 하는 <식민지 정치>"를 청산하라는 역사의 뜨거운 요구에 대한 배신행위가 된다는 점에서 그 죄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진정 대등하고 탈 패권적인 한-미 공조는 우리의 자주권을 훼손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지,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자신의 자주적 권리 표명을 주저하는 것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한-미 공조 내지 동맹은 위장된 식민지적 위계질서일 뿐이다.
노무현을 아끼고, 노무현다움을 통해 민족의 중심을 잡으려는 이 시대의 열정을 노무현 자신은 확신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바로 그 확신에서 용기가 태어나고 지혜가 자라며 역사적 대의에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진 대중들의 역량과 결합한 새로운 시대의 지도력이 길러진다.
미국을 두려워 말라
진정 노무현의 성장을 우리는 희망한다. 그 성장의 과정은 굴종적 대미 자세의 극복을 포함한다. 그가 방미하는가 아닌가의 문제가 이를 결정짓는 요인은 아니다. 방미를 하든 아니하든 미국의 패권적 지배질서에 대해 그가 어떤 자세를 가지고 백성들의 성원을 얻어내는가에 있다. 민중의 뜨거운 지지를 받는 지도자를 미국은 함부로 할 수 없으며, 또한 그렇게 하려는 순간 그것은 부메랑이 되어 미국 자신을 가격하게 되고 말 것임을 우리는 강조해야 할 것이다.
냉정하게 봐야하는 것은, 미국은 노무현과 이회창 둘 가운데 선택하라면 당연히 이회창이다. 이 점에 관해서 착오는 용납되지 않는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질서에 적극 순응하고 충실하려는 세력의 대표자를 미국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미국은 이미 자신이 이회창의 든든한 후견자라는 점을 과시한 바 있다.
노무현이 미국에게 아무리 자신을 친근하게 포장하여 홍보한다해도 미국의 본심은 오래 전 결정되어 있다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다만 노풍으로 인한 한국 국내 상황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대응의 혼선과 수습과정에 처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최소의 비용으로 노무현 길들이기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를 수 있을 것인지 저울질하는 단계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선택권은 미국에게 있지 않다. <주간 오마이뉴스 2002> 기사는 바로 이 점을 명확히 하려는 것이다. 아니, 그 선택권을 미국에게 헌납하거나 또는 빼앗기지 않도록 일깨우고 있는 셈이다.
▲김민웅 목사
부디 노무현과 그의 진영은 오늘날 식민지형 정치를 청산하라는 민족의 시대적 요구에 대하여 보다 자신감 있게 나서는 당찬 모습을 보이기를 바란다. 미국을 두려워하는 지도자는 결국 미국의 손아귀에 차츰 차츰 빠져들어갈 뿐이다. 민족의 존엄과 자주적 권리, 그리고 미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노무현의 선택이 민족사적 의의에 보다 충실한 것이 되기를 진정으로 소망한다.
우리는 그대를 잃고 싶지 않다. 노무현, 역사는 그대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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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정책제안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