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일 때문에 파리에 들렸던 적 있습니다. 거기서 몇 분 교민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화제는 자연 '민주당 경선'과 '노풍'에 관한 것이었죠. 교포들의 기대와 성원도 대단함을 실감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 만난 분 중 한 분은 미국 시민권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이미 대비하고 계신 일인 줄은 모르겠습니다만, 새겨들을 만한 대목이 있다고 여겨져 감히 몇 자 올립니다.
1. 미국의 길들이기, 또는 순화(?)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대비책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이미 부시 취임 이후 이회창을 백악관으로 불러서 차기 대통령으로 낙점(?)한다는 의사를 표현한 적 있습니다. 그런 터에 지금 일어나는 이회창의 퇴조와 노무현의 급부상으로 인해 아주 혼란스러운 상황일 겁니다. 이 곳에 올라온 김민웅 목사님의 글에서 정확하게 지적하셨지만,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일단 '노무현 길들이기'에 나설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 미국 시민권을 가진 파리 교민은 이렇게 표현하더군요. '미국은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다'고 말입니다. 섬뜩했습니다.
우리와 미국과의 관계에서 미국의 의사에 반하는 정책이나 의사를 갖는다는 것은 참 어려울 것입니다. 주한미군문제, 군사무기 도입 문제, 경제 문제....등등에서 걸려 있는 현안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하여, 양보할 것과 고수해야 할 것의 구체적인 마지노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것을 미리 공표하여 쟁점화할 필요는 없겠으나, 미국은 바로 그런 '선'을 '노무현'에게 밝힐 것을 요구할 것이고 나아가 미국의 의사대로 움직일 것을 관철시키려 할 것입니다. 우리가 미국의 요구대로 행하지 않고 대미 자주성을 갖는 정권을 실현하는 일은 참으로 버겁고 실현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만, 그런 점에서 이런 조언을 덧붙이더군요.
2. 미국을 견제하는 균형추로, 유럽과 중국을 활용합시다.
물론 미국 앞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현실적인 국가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유럽 연합과 중국을 상대로 하는 새로운 외교 지평의 확대는 '미국 중심의 기존 외교 정책'을 바로 잡는다는 의미 이상일 것입니다. 유럽 연합 중에서도 특히 프랑스와 독일을 상대로 하는 새로운 외교 정책의 마련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을 무척 강조하더군요.
물론 우리에게는 프랑스나 독일과 같은 유럽 전문가가 없어서 그들 나라의 외교 무대에 연을 대고 교류를 성사하는 인력 풀이 참 초라하긴 합니다만, 그런 현실 때문에 여전히 미국을 상대로 피곤하고 피해 나가기 어려운 문제를 풀어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얘기가 약간 벗어납니다만, 프랑스나 독일에 그러한 인력 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더군요. 그 나라의 정,재계 메인스트림(?)을 배출하는 유수의 대학(원)에 있는 한국 출신 교수, 뛰어난 유학생이 전혀 없지 않다고 하더군요. 이들을 매개로 그들 대학의 원로 교수들을 내세워 충분히 그들 나라의 정,재계 지도층들과 교류를 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합니다. 경비는 들겠지만, 이들을 잘 연결하면 그들 나라와의 특정 현안에 대한 정책 토론회와 같은 생산성 있는 교류 정도는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결론은 '노무현'이란 한국의 차세대 지도자가 유럽 언론의 조명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을 때, 그 힘으로 미국의 요구를 적절하게 제어하고 조절하는 균형추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과의 관계도 바로 그런 점에서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너무 뻔한 얘기를 하고 있지는 하는 우려가 없진 않습니다만, 차라리 그러면 다행입니다.
3. 이제 노무현 후보 신변 경호를 24시간 입체적으로 해야 합니다.
차마 말씀드리기 저어합니다만, 작금 벌어지는 수구세력의 발호를 보면, 대선이 가까워짐에도 그들의 정권 획들이 힘들어지겠다는 판단이 서는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제 노무현 후보는 그냥 대권 고지에 가까이 다가선 정치인이 아닙니다. 일반 민의 상식과 희망이 실현된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사 최초의 '사건'일 것입니다. 이런 성격은 오히려 수구 세력이 더욱 철저하게 깨닫고 있을 것이라는 점 늘 유념하시고, 신변 경호에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셨으면 합니다.
24시간 가동되는 카메라로 사각 지대 없이 입체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점을 하루빨리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필요 없는 반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떠들썩한 행차나 치레는 피해야겠지요.
2의 활용이야말로 더욱 안전한 신변 보호 장치가 되리라는 점 덧붙이면서 이만 줄입니다.
노무현 후보 진영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노고에 경의와 애정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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