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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4-02, 11:28:36 에 멀리서..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정치] 우리사회의 잠들지 않는 "레드컴플렉스" [코닷컴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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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의 잠들지 않는 "레드컴플렉스" 2002-04-02
우리나라의 월드컵 공식응원단으로 자리매김한 "붉은악마"는 그 이름의 도발성 때문에 많은
견제를 받아왔다. "악마"라는 지칭이 기독교도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비난
은 "붉은" 색이 주는 거부감 때문이었다. 기성세대의 "레드" 콤플렉스의 단면을 보여주는 서
글픈 사례의 하나다. 어떤이는 태극기의 태극문양이 남북대치를 표현한 것으로 오해하기조
차 한다. 태극은 음양(陰陽)의 이기(二氣)가 태극의 일원(一元)에서 생성했다고 하는 합일사
상을 반영한 문양으로 화합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화합의 정신은 사라지고, 북
한은 "적색", 남한은 "청색" 식으로 고정화되어 인식된 것이다. 이럴 때 태극기가 분단이 있기
오래전인 대한제국의 국기로 제작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무색해지고 만다.
"루즈벨트의 사상이 의심스럽다"
최근에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제기한 "사상 논쟁"은 이렇듯 완고하게 자리잡
고 있는 우리사회의 레드컴플렉스를 잠깨우는 주문과도 같다. 같은 정당의 상대후보에게 "급
진적 좌경세력"이라는 규정을 받게 된 노무현 후보측의 황당함은 설명 안해도 이해가 갈 것
이나, 문제는 이인제 후보의 이념 문제에 대한 공격적 전술로의 전환이 민주당의 앞으로의
본선 경쟁에도 "깊은 상처"를 준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우리사회의 "레드컴플렉스"를 자극하는 발언들은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며 돌출적이어야
더 큰 효과를 본다. 독립운동 과정에서 상대적 열등감을 느꼈던 이승만 박사는 이러한 약점
을 극복하기 위해 "루즈벨트의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발언으로 미국언론과 정가의 주목을
받게 된다. 미국의 제32대 대통령인 루즈벨트는 1929년 몰아닥친 대공황으로 천 수백만에
달하는 실업자가 배출되자 뉴딜정책을 통해 실업을 구제하는 등 정부주도의 통제적 경제정
책을 추진해왔다. 이승만은 이를 두고 사회주의적 방식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당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의 급격한 세 팽창을 경계하고 있었으므로, 동북아의
요충지인 한국의 새로운 지도자는 반공주의자였으면 하는 기대감이 높았을 것이다. 이러한
기대가 직접적인 힘을 발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이승만 박사는 해방 이후 미소
대결의 틈바구니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대통령 자리를 거머쥐게 된다.
박정희, "반공"을 전면에 내세우다
역사적 아이러니이지만 5.16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은 과거 남노당 전력이 있다. 미
국은 박정희가 쿠데타로 집권하자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의 전력을 알고 있었기 때
문이다. 스스로 "레드컴플렉스"에 시달렸던 박정희 대통령은 혁명정신 제1로 "반공"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리고 그는 정권 연장 과정에서 국가보안법을 철저히 이용, 그를 위협하는 정적
들에게 "붉은색"을 덧씌우거나, 국민통제의 수단으로 유용하게 써먹는다.
바로 이러한 공작정치의 희생양이었던 김대중 대통령은 오랜 기간동안 좌경세력의 딱지를
붙이고 살아왔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요즈음도 "김대중은 빨갱이"라고 서슴없이 얘기
한다. "빨갱이" 대통령이 집권한 나라가 온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더군다나 진짜 공산
국가인 "조선인민공화국"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우리사회의 이념논쟁이 불순한 정치적 의도에 의해서만 진
행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세계는 이미 좌우의 선을 넘나들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해온 좌
경노선은 폭력투쟁을 견지하지 않은 한 많은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 프랑스의 조스팽 총리 등도 좌파 정치인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리고 토
니 블레어 총리의 경우처럼 노동당으로 집권한 후 신자유주의 노선을 수용하면서 자신의 지
지기반이었던 좌파세력의 비난을 받기도 한다. 정치인 개인의 이념이 중요한게 아니라 현재
의 정책이 중요해진 것이다.
"노무현은 보수정치인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스스로 좌파노선을 선언하고 활동하는 정당들이 있다. 이미 여러 차례
"민중후보"의 이름으로 대선에 참여해온 세력들이 뭉쳐만든 민주노동당과 이름에서부터 사회
민주주의 노선을 분명히 한 사회당도 있다. 물론 이들이 우리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
는 "레드콤플렉스"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는 이들의 정치적 몫이다.
그런데 이러한 좌우논쟁이 엉뚱하게 중도보수정당이라 할 수 있는 민주당내에서 터진 것이
다. 노무현 후보가 정말 급진적 좌경 사상을 이인제 후보의 말대로 "뼈 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면 왜 합법적 공간으로 나온 이들 좌파 정당에 가입하지 않았을까? 여기서 민주노동당
한 간부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노무현은 보수정치인이다. 정권의 이해와 사용자의 이해를
대변해온 그가 노동자를 대변하는 민주노동당에 온다면 내가 탈당하겠다." 이렇듯 이미 기
성정치인으로 낙인(?)찍인 그를 급진좌경세력으로 분류하기엔 좀 아귀가 맞지 않다.
이인제 후보의 문제제기에 의해 "색깔론"은 2002 대선에서도 이미 피할 수 없는 주제로 부각
되었다. 이왕 거론된 "색깔론"인만큼 상대방을 비방하는 논쟁으로 악용되기보다는 우리사회
가 "레드콤플렉스"를 확 벗어던지고, 정책 현안을 중심에 놓고 자유롭고 생산적인 좌우 논쟁
을 벌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 나가면 어떨까? 그러나 분단이 온존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주장은 낭만적인 기대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레드 콤플렉스"의
포로가 되어 머물러 있는 한 정치개혁뿐만 아니라 세계와의 호흡에서도 뒤쳐질 수밖에 없다
는 사실이다. 정치인, 언론인, CEO 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국민적 발상 전환을 위해 책임을
가지고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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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ber Webzin
네티즌 정책제안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