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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4-26, 17:07:53 에 김석수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정치] 민주대연합구도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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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주대 연합구도의 명암
김석수 기자 pwkss@hanmail.net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노무현 후보가 민주대 연합구도로 대선을 치르려 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민주대연합구도는 87년 양 김 분열 이전의 민주화 세력이 하나로 뭉쳐 수구기득권 세력을 제압하겠다는 구도다. 이를 위해 노 후보는 조만간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한다. 양김의 도움으로 영호남 유권자와 중부권의 합리적이며 개혁적인 유권자를 아우르겠다는 계산이다.
양김의 협력없이 노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겨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민주대 연합의 현실적 매력에도 불구하고 젊은 유권자들은 썩 내키지 않는 구도란 점에서 노 후보의 딜레마가 있다.
알다시피 노풍의 진원지는 3~40대 모래시계 세대다. 이들의 자발성이 '노사모'로 이어지고 노사모가 대안없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노풍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노사모의 주력 부대인 3~40대는 양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보다 한국민주주의를 유보시킨 '87년의 분열'을 먼저 떠올리는 세대다.
더구나 양김은 전현직 대통령을 거치면서 성공한 대통령이 아니라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거나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더 이상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야당 민주화세력이 아니라 이미 기득권이 되어버린 집권세력들이다. 이들 양김 세력은 이미 국민들에 의해 버림을 받았거나 외면당하고 있다.
노 후보 특유의 의리론이 기성세대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감동이 지지세의 확산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정체로 이어질지는 장담 할 수 없는 일이다.
정치에서의 '바람'은 '세력'에 안착해야 비로소 거품신세를 면할수 있다. 노 후보에게 바람의 진원지는 노사모이고 세력기반이 양김이 되어야 한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그러나 이 등식이 그대로 성립하는 것 같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노 후보에게 노사모는 바람이면서 동시에 세력 기반이다. 이미 전국적으로 구성되고 있는 지역 노사모는 좋든 싫든 지역 정치조직의 성향을 띠고 있다.
양김이 가진 지역 정치조직을 대체할 수 있을지, 아니면 보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노 후보는 이들 조직이 서로 다른 지지 기반을 구축하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으나 계산대로 될 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제 살 깍기식 경쟁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으며, 반대로 3~40대의 열기가 식으면서 노풍이란 태풍이 그 수명을 다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 후보가 양김의 협력을 얻으면서 치뤄야 할 댓가가 있다. 그것은 일종의 정치적 거래와 흥정의 성격을 띤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벌써부터 노 후보가 가져 올 선물이 무엇일지 저울질하고 있다. 노 후보를 자신이 정치 입문시켰다며 넌즈시 '정치적 대부'로서의 언급도 흘리고 있다.
노 후보 역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의 정치적 기용여부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의 기분'에 따라 가능 할 수도 있다는 화답을 내놓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아들 문제에 대한 노 후보의 관용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야당과 언론의 공세에도 노 후보는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라거나 자신이 언급할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김 대통령으로서는 든든한 후계자가 아닐수 없다. 여기에 '의리의 돌쇠'란 별칭에서 읽을 수 있듯이 노후보의 일관성은 김대통령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한 덕목이다.
따라서 노 후보가 양김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양김 세력의 정치적 수명연장과 이를 보장하는 보증서를 발부하지 않으면 안된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김 세력이 민주화 세력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언급했듯이 2번의 연이은 집권에 따라 이들은 이미 권력의 단맛을 본 기득권 집단이 되어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 기득권집단에 대해서 야당의 존재와 관계없이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이란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군벌을 해체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며, 남북대치상태를 평화상태로 돌려놓는 정치사적 업적따위는 현재를 사는 국민들에게 피부로 다가오는 감동은 아니다. 이처럼 정치적 메시야에 굶주린 국민들에게 나타난 것이 노풍이고 노무현인 것이다. 그런데 노 후보가 양김을 얻으면서 구태 정치 척결이란 국민적 여망을 일부 반납하려고 한다는 의혹에 휩싸인다면 노풍이 일시적인 거품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는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
노 후보가 이 시대의 새로운 술인지, 아니면 일부 진보진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새로운 술을 가장한 낡은 술인지는 국민판단의 결과로 알 일이다. 그러나 노 후보가 정치적으로 성공하고 보다 광범위한 개혁세력을 결집하여 미완의 개혁을 완성시켜 나가자면 양김 세력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그 영향력 등에 대한 새로운 평가 터널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된다.
평가의 결과, 양김의 부정적인 유산에도 불구하고 젊은 유권자층이 이를 용인한다면 민주대연합구도는 승리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386정치인들에 대한 기대가 좌절과 실망으로 이어진 그간의 과정을 볼때, 젊은 유권자층의 변화에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노후보에게 민주대연합구도는 필패의 구도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한 시대가 끝나면 또 다른 시대가 오는 법이지만 그 새로운 시대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고 만들어가는 새시대다. 그 새시대는 지금 노 후보에게 이러한 점을 질문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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