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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4-26, 17:11:21 에 김석수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정치] 대통령의 당적이탈은 잘못된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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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적이탈은 잘못된 정치관행
김석수 기자 pwkss@hanmail.net
최근 세 아들 비리의혹문제로 김 대통령이 탈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민주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사면초가의 대통령이 지금 내놓을 수 있는 정치적 카드로는 총재직 사퇴 이후 마지막 남은 탈당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인 듯 하다.
그렇지 않아도 김 대통령은 요즘 심신이 매우 피곤해 보인다. 평소 자신의 정치역정 때문에 아들들이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해왔다며 자책하던 김 대통령이 이른바 '홍삼게이트'의혹이 불거지면서 건강마저 나빠질 정도로 고심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터다. 여기에 한나라당은 대형태풍인 '노풍'에 대한 마땅한 대책을 찾지못한 터에 집권측의 권력형 비리의혹이란 대형호재를 만나 당내경선장이 대여투쟁장으로 착각할 정도로 대여투쟁의 고삐를 죄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직접사과와 해명이란 국민적 요구앞에 비서실장이 마지못해 자성론을 제기하는 수준에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집권민주당은 노풍의 유지와 연장이란 차원을 넘지 못하는 수준의 대책에 머물러 있다. 뿐만 아니다. 아들문제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날이 갈수록 얼어붙고 있고, 여론의 한 잣대인 시민단체들마저 대통령이 나서서 아들문제를 매듭지으라고 성명경쟁에 나서는 판국이다.
이러니 민주당안에서 대통령의 당적이탈논란이 나올 법도 한 일이다. 김 대통령이 총재직을 내놓을 때의 당혹과 미련을 보인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올 연말의 대선을 위해 대통령이 당을 나가주었으면 하는 일단의 흐름이 언론에 잡힌 것이다. 반대로 한나라당은 현 정권의 실정을 노풍차단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짐짓 탈당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요인에도 불구하고 정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대통령의 당적 이탈논란은 이제 그만 접어야 한다. 왜냐하면 순전히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다.
먼저 대통령의 당적 이탈은 책임정치,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위헌적 행동이다. 우리 헌법은 정당이 책임지는 정치를 규정하고 있고 이를 각종 법률로 적극 보호하고 있다. 심지어 정권쟁취라는 사적인 목적을 위해 모인 정당에 국고보조금이란 공공자금까지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헌법이 특정 정권은 개인이 아니라 그 개인을 포괄하고 있는 정당의 정권으로 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한 정권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탈당을 한다면 국민들은 선거에서 국정에 대한 책임을 물을 대상이 없어져 버린다. 퇴임하는 대통령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정당의 후보가 자당출신의 전임대통령을 비난하고 차별화한다면 국민들은 더욱 헷갈릴 수밖에 없다. 후보자들에게 대한 평가와 판단기준이 모호하게 되어 버린다. 이것은 한 마디로 국민의 정부선출권을 무력화시키는 사기행위가 될 수 있다.
임기말 대통령의 탈당은 암울한 우리 헌정사가 만들어낸 어두운 그림자다. 정통성 없는 군사정권들이 정권의 연장을 위해 국민을 속이고 호도하기 위해 내놓은 부도덕한 이벤트에 불과한 것이다. 여기에 민간정부인 김영삼 정부마저 이 전철을 되풀이했다.
전두환 정권에서 노태우 정권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의 6.29선언은 그 역사적 의미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국민사기극이란 배경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여기에 김영삼 정부도 노태우 대통령과의 차별화속에서 자신의 3당합당이란 명분없는 행위를 합리화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지금의 이회창 후보는 김영삼 인형을 두들겨 팬 대구집회에서 그 전철을 예외없이 밟았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이 몸 담았던 정부와 집권당을 하루아침에 부정해 버리고 국민에게 단 한 마디 사죄와 반성없이 새로운 수권정당으로 둔갑해버렸다. 여기에 지역주의에 포로가 되어버린 국민들도 맞장구를 쳐준 과오가 없지도 않다. 그래서 임기말 대통령의 탈당은 하나의 정치관행처럼 굳어진 정례행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선을 앞두고 이같이 잘못된 관행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김 대통령의 빚과 유산을 그대로 물려받겠다는 입장이 그것이다. 잘된 것은 계승하되 잘못된 것은 시정하겠다는 정직한 약속이다. 이것은 우리 정치의 투명성을 높이고 예측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질적인 진전이다. 비록 노후보가 김 대통령의 빚을 안고 감으로써 연말 대통령선거에서 떨어진다고 해도 이것은 정치사적 업적이다.
다만 노 후보가 유념해야 할 일이 있다면 김 대통령과의 관계를 개인적 의리라는 협소한 차원이 아니라 정당정치의 복원이란 대국적 견지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적 의리수준의 차별화반대는 정실주의와 연고주의의 틀을 못벗는 관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내에서 대통령의 탈당이란 카드를 운위하기 시작한 것은 민주당내의 일부 구태와 수구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일이다. 자신들의 정책과 철학을 믿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안과 초조함의 반영이다.
그러나 최근 노풍에서 확인하듯이 국민들의 수준은 이미 얄팍한 정치적 책략을 뛰어넘고 있다. 유권자를 일시적으로 속이는 정치행위들에 신물난 국민들이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선거에 임하면 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더구나 전직 대통령의 불행시리즈는 철저하게 대통령 혼자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개인적 불행의 반복을 극복해야 한다. 그러려면 집권당이 대통령의 눈치나 보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함께 국사를 논의하고 실천하며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집권당이 함께 책임지는 풍토를 만들어야 정권의 사유화에서 오는 대통령일가와 국민적 불행을 방지할수 있게 된다. 집권당이 차기 선거를 의식해 대통령을 짓밟고 넘어간다면 전임대통령의 과오는 극복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단절되고 만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집권한 지난 5년간의 공과를 그대로 국민앞에 내놓고 심판과 평가를 받는 것 자체가 지금은 진전이고 진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직과 솔직함이 최상의 정치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국민들도 개명한 이 나라에서 정당들이 땅구멍에 너구리머리처박기식으로 현실을 외면해서 될 때는 지났다고 본다. 정직하게 평가받고 정직하게 수용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우리가 한발자욱도 앞으로 나갈수 없다는 점을 불투명과 불신의 결과인 IMF외환위기를 겪은 이제는 알 때도 되지 않았는가?
2002/04/26 오전 9: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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