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고향에 가면서 영남(대구, 경북)지역의 민심동향을 대강 파악해 보았다. 지방선거 후보들의 동향과 택시기사들을 중심으로 한 지역 민심 동향을 대강 훑어 보고 마침 출마한 선배의 정책개발을 돕기 위한 목적이었다.
영남의 민심 동향을 요약하면 이렇다.
1. 민주당은 싫다. 실패한 정권 김대중의 당이기 때문이다.
2. 한나라당도 적극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안이 없다.
3. 현 정국 정체를 시원하게 뚫어줄 새로운 정책과 비젼을 가진 대안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4. 노무현 후보는 그 동안 있어 왔던 정치인 세력에 비해 참신한 맛은 있지만, 대통령으로는 힘들지 않겠나.
지역 정치권의 동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한나라당은 최소한 이지역에서 만큼은 부동의 여당임을 자임해 왔고, 실제 지금까지의 선거 결과로도 그러하다. 대구,경북지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장과 광역의회 의원이 한나라당이며, 일부 민주당 기초자치단체장은 지역발전을 빌미로 재임중에 입당했거나 지역적 기반이 탄탄한 인물들이었으나 그나마 선거철이 되면서 탈당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다 보니 한나라당의 공천권을 둘러싼 잡음 또한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2. 민주당 지구당 위원장들은 대부분 과거 '김대중 선생님'의 추종세력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노무현 대선후보의 노선에 동조하지 않는 움직임이 상당수 감지되고 있다. 반 DJ정서가 강하게 자리한 영남 정서를 고려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영남에서 고전할 수 밖에 없는 또하나의 이유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 1인당 받게 되는 유인물의 총 페이지 수는 후보 1인당 4 ~ 8페이지이며, 기초자치단체장 및 기초의회 의원, 광역자치단체장 및 광역의회 의원 후보 각 2 ~ 5인으로 총 50페이지 이상의 유인물을 받게 되어 있다. 이걸 일일이 훑어볼 유권자는 거의 없다. 그럼,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은 어떻게 될까? 우선, 민주당 당적의 후보는 제쳐 둔다. 그리고, 평소 평판이 좋지 못한 후보 1 ~ 2명을 제외하고, 한나라당이나 무소속 후보 중에서 자신이 관심 있는 후보 1 ~ 2명에 대해서만 자세히 검토 후 지지 여부를 판가름 하는 것이 영남지역 유권자의 일반적 성향이다. 즉, 민주당 후보는 아예 검토의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대로는 힘들다. 자칫 노무현 후보의 대구 경북지역 득표력이 의심되고, 지방선거 이후 이인제 의원이나 한나라당의 약진에 발목을 잡혀 버리면, 대선으로 가기 이전에 후보 교체론에 시달림으로 인해 전체적인 전략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 DJ당 민주당을 노무현의 당 민주당으로 신속히 탈색시켜야 한다.
우선, 대구 경북지역 지구당 위원장들 중에서 노무현 노선에 대립되는 위원장들은 모두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당선의 가능성이 희박한 후보들에 대해서는 출마를 유보시키고, 당선의 가능성이 있는 무소속 후보들을 포섭, 일부 민주당 지지세를 무소속으로 몰아줌으로써, 한나당의 약진을 저지하고, 지방선거 이후 영남지역 지구당에 대한 개편대회를 겸한 노무현 후보의 지구당 방문시 이들의 입당을 추진함으로써 영남에서의 노풍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건데,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는 40%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즉, 노풍이 사그러 든 것은 아닌 것 같다. 대신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급 상승하고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에서 내놓은 대선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어필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노무현 후보의 지지세 이탈이 조금씩 일어 나고 있는 것은 민주당의 정책 대안이 전무하고, 노무현 후보에 맞는 정책대안들이 제대로 제시되고 있지 못한데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지방선거 이전에 당내 조직 정비와 노무현 당으로의 체제 전환, 이후 노풍의 유지와 정책대안들의 제시 및 이회창 후보에 대한 공략의 순서로 진행하면서, 노무현 후보는 정책대안 중심의 비젼제시에 치중하고, 한화갑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에서는 이회창 후보에 대한 공격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특히 8월 광복절 분위기에 맞추어 친일 청산문제를 위주로 국가의 정체성 정립을 위한 논쟁을 시작함으로써 한나라당을 집중 공략, 11월 이전에 대세를 굳히는 전략을 구하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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