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게시판에 올렸었는데 다음과 같은 반론과 답변이 있었습니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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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노무현은 알아야한다?
나는 사과나무님이 얘기하고자 하는 바, 이해한다. 사과나무님이 우리 국민들의 특성이라 지적한 '보수'라는 개념은 아마도 인간 특유, 아니 생명을 가진 것이면 모두 가지고 있을 보호본능에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싶다. 즉, 모든 생명을 지닌 것들은 '낯선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사과나무님이 쓴 글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너무 튀지 말아라', '때 묻어라'라는 요구는 노무현을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노무현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왔으리라 믿는다. 노무현을 위해 한 발언이라 믿어 의심치않는다, 이 말이다.
그런데..그런데 말이다. 나는 그것조차 싫다. 내가 노무현에게 걸고있는 기대는, 사과나무님이 '보수'라 부르는 그런 '더러움'들에서 멀어지고 싶음에 대한 소망이다. 물론 사과나무님의 말대로 노무현은 '때 좀 묻고', '대충 해대고', '언론과 내통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게 싫어서 노무현을 지지한다. 싫다.. '때'도 싫고, '대충'도 싫고, '언론과 내통'도 싫다. 제발 노무현은 깨끗한 이미지로 남길 바란다. 그렇게 '대충', '더러운' 이미지로 떡 하나 얻으려하는 사람은 현재도 흔하지 않은가? 그렇게 떡을 얻은 후에 오물을 튀길 심산이라면 이제까지의 더러웠던 기회주의자들과 다를 게 무엇인가? '떡을 얻으면 그만아니냐'고? 그러면 더욱 그 기회주의자들과 같아지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것이면 침묵을 지키자. 그냥 바라보고 있자. 노무현에게 그런 '전략'은 없어도 된다. 그런 전략을 구사해서 떡하나 더 얻을 심산이면, 차라리 굶주려 배를 움켜쥐게 되더라도 고개를 떳떳이 들어야 한다고 충고해 주자. '너 잘났다'라고 말하는 사람들, 어차피 자기 밥그릇 하나 더 움켜쥐려 몰려다니는 철새다. 바르고, 옳고, 깨끗한 사람들에게 뒤가 구려 한 소리 하는 사람들, 어차피 자기 밥그릇 지키려고 더러움을 택할 '진정한 보수'라, 이 말이다. 그런 사람들의 동정은 필요없고, 비난은 더욱 필요없다. '더러움을 묻혀가며' 정치를 할 심산이었다면, 그렇게 더러움이 묻은 떡을 동냥할 심산이었다면, 차라리 포기하라고 말해주자. 그렇게 더러움의 과정을 거쳐야 떡을 얻을 수 있다면 차라리 집어던지라고 말해주자.
우리 시대의 참사람은 그런 더러움에서 멀어진 상(像)이다. 그런 더러운 상(像)을 바라는 사람들은 지금도 충분히 더러워져 있는, 그런 널리고 널린 사람을 어림잡으면 되는 거다. 내가 그런 더러움이 싫어서 노무현을 셈하는 것처럼 말이다.
첨언하자면, 난 '운동권놈이 프라이드 모는 것'에 대해 별 생각없다. 그런 쓸데없는 유추, 연상단계까지 거칠만큼 내 머릿속이 의심으로 가득차 있지도 않다. 오히려 혐오스러운 건, '뭐 그리 대단한 걸 할 수 있을지 몰랐던' 그 사람들이 우리 노동자들과 농민들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는 그 사실을 깡그리 잊어버리고는, 이제와서 그 사람들이 피맺힌 한숨을 토해낼만큼 뒷통수를 치는 일이다. 그렇게 뒷통수를 치는 사람들에겐 힘을 실어 줄 일말의 용기조차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잘 생각해 보자. '운동권은 가난해야 한다'식의 논리는, 하순봉 씨의 '귀족정치 발언'의 논리와 다름아니다. 이런 식의 딴지는 결국 그 '운동권놈'들의 피땀을 헛되게 만들고, 나아가 농민들과 노동자들의 한숨을 더 짙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아니, 최소한 그 '운동권놈들'과 작금의 정치판에서 더러운 떡 하나 물고있는 대다수 기회주의자들을 혼동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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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 정로환 당의정
이런 답글이 나올 줄 알았다. 노무현을 진정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고민을 한 결과이니만큼 아주 반갑다.
나는 노무현이 대충 해대고, 때가 묻고, 언론과 내통하길 기대하지 않는다. 결단코 아니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 단지 "나는 그러지 않는 사람이다!"라는 소리를 너무 크게 지르지 말라는 것이다. 다 안다. 아니라는 것을. 그 목소리가 너무 크고, 그것만이 반복되면 "그래 너 잘났다!"는 반응만 얻게 될까봐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
나는 김대중의 햇볕정책을 절대 지지하는 사람이다. 그 내용은 북한의 체제를 완전히 이해해주고 그 이념 자체를 포용해주겠다는 뜻이 아니다. 당연히 북한의 체제로 우리가 돌아선다는 뜻은 더욱 아닐 것이다. 통일이라는 한 목적 때문에 (마음에는 안 들지만) 애써 웃는 얼굴을 보여줘야만 한다는 뜻이겠다.
똑 같다. 햇볕이 비치는 방향이 우리 국민이 된다는 점에서만 다르다. 노무현에게 때묻고 더러운 곳, 또는 대다수의 국민들을 향해 웃는 얼굴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너무 비장하게 힘주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그 신념, 그 깨끗함 그것은 속으로 갖고 있으라는 말이다. 나는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어서 우리나라의 모든 더러운 부분을 청소해내길 바란다. 통일의 길도 이루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그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는가!
나는 이걸 늘 "정로환 당의정"이라고 표현해왔다. 약효가 좋으면 뭐 하나? 냄새가 나서 애들이 안 먹는걸. '약효의 우수성을 아는 어른들은 먹으니까, 그냥 냄새나는 약으로 팔자'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많이 복용되고 많은 이들의 설사를 멈춰주면 더 좋은 일 아닌가!
권투선수든 오페라 가수든 간에 평소에는 늘 alles locker lassen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힘을 발휘할 때에 비로소 좋은 펀치, 좋은 아리아를 부를 수 있게 마련이다. 노무현은 지금 힘을 빼야 한다. 대통령 되고 나서 힘 깨나 쓴다는 소리 들으려면.
"남북대화만 잘 되면 개판쳐도 좋다"
나는 이 말을 금언으로 생각하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서 이번 정권의 진보적인 내용을 무시해도 괜찮다. 경제회복, 국민연금, 의료정책 등등 다 예전으로 되돌려도 괜찮다. 남북 간의 교통만은 막지 말란 말이다. 제발 그것만은 놔두란 말이다.
이 절박함이 이회장의 당선을 앞두고 극에 달해,
누군가의 아이디처럼 극약처방을 내리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knasti 님도 이런 절박한 마음을 헤아려주길 바란다.
■ Re.."운동권놈" 표현에 대해
중요한 걸 빼먹었다.
"운동권놈"
내가 그런 표현을 썼을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그 문장은 따옴표처리 했어야 할 부분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 유념하라... 이런 뜻이었다.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당연히 '운동권은 가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역시 설득력의 문제임을 알아주면 좋겠다. 나는 그들이 부자여서 경악한 것이 아니라, 그 '교내승차'가 그들의 말의 힘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킨다는 것을 모르는, 그 철없음에 경악한 것이었다.
운동권에 대해 한 마디만 덧붙이면 좋겠는데 -
이미 알았겠지만 나는 학부시절에 소위 '운동권'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냄새를 막는 '당의정'에 몸을 싸고 있는 거라고 늘 생각해왔고, 그것으로 인해 부끄러워한 적이 없었다. 장차 무언가를 하리라 마음먹고 있었고, 지금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시기의 문제였다. 따라서 당시부터 운동에 뛰어든 친구들을 역시 높이 평가해왔고 지금도 그 역할을 절대 비웃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경멸하는 단 한 종류의 운동권이 있다. 위에서 그것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다. 바로 자신만이 '정의'라고 말하는 부류들이었다. 나같은 사람들까지도 싸잡아 모두 반동, 보수, 비겁한 자로 생각해버리는 그 꼴이 미웠던 것이었다.
반복하지만, 말 안 해도 안다. 바른 생각 가지고 있고, 힘든 일 한다는 것을. 그러나 자신과 동일하게 행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이들을 비난하는 것은 그들이 그렇게도 싫어했던 "부자유와 획일' 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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