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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4-30, 14:31:47 에 oblige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내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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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하니리포터에 실린 글입니다.
[서울대 권영민교수님께] 내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자칭 무허가 한글선생을 자처하고 나선 나는 오늘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루 강아지가 되기로 작정했다. 무자격자라고 타박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얼마 전 나는 언어문화연구원(www.kolang.or.kr)에서 J에듀라인
(www.goket.com)-중앙일보 자회사-과 처음으로 국어능력인증시험을 도입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싶어 매우 기뻐했다. 권영민 교수
(http://plaza.snu.ac.kr/~kwonsnu)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장으로 재직 중이고, 이
기문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사장으로 계신 언어문화연구원의 이사이다. 또 순수문예
지를 표방하고 나선 문학사상(www.munsa.co.kr)의 주간이기도 하다.
우리 문화의 디지털화를 위해 서울대학교 국문과 출신들-나는 우리말글 능력인증시
험을 서울대학 출신들이 끼리끼리 모여 독점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서울대
학교 언어영역 수학능력인증시험이 아니라면 동종복제의 위험은 피해가는 것이 순
리라고 본다. 또 국어능력인증시험 응시자들에게서 토플이나 토익시험칠 때처럼
24,000원이라는 고액의 응시료를 요구하는 장사속도 탐탁찮게 생각한다-이 주축이
되어 세운 인터넷 지식공장 이텍스트코리아(http://www.textkorea.com)의 고문이
라는 사실도 결코 짱박아두어서는 안될 명함이다.
나는 평소 존경했던 분들이 거짓말을 하면 속이 더부룩해진다. 아마 이건 나만이
앓고 있는 독특한 증상이 아니라 인지상정일 것이다. 사람들이 인정에 약한 것은
뛰어넘기 힘든 인지상정이다. 지식인도 별 수 없이 인정에 약한가 보다. 인정의 연
장은 패거리로 귀착한다. 무엄하게도 패거리를 거론했으니, 지식인 패거리 예찬 하
나만 하자! 동업자 정신으로 똘똘뭉쳐 배타적 이권을 향유하는 것은 감히 조직의
대명사 조폭들도 넘보지 못할 기교이다. 그 잘난 지식인들도 앞뒤 가리지 않고 사
적인 관계를 공적인 관계로까지 연장하려는 빈곤한 역사의식을 가차없이 드러낸다.
이들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라면 자기권위에 기대어 교분을 담보로 스스럼없이 연
대보증을 선다. 연대보증은 대체로 재산을 담보로 하는 재산보증이 많다. 사후 위
험성이 크기 때문에 다들 꺼린다. 그렇지만 인보증은 재산 상실의 후한이 따르지
않아서인지 아주 사소한 일처럼 예사롭게 남발하는 치명적 결함을 선보인다.
가령 모정당의 총재라는 분이 정형근 의원을 "정의를 부르짖는 부산의 아들"이라
고 예찬한 것은 아주 썰렁한 정치적 덕담으로 받아넘긴다하더라도 총선시민연대 공
동대표였던 최열씨가 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을 지낸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의 홍보
비디오에 출연해 안상수의원은“좋은 사람이다. 밀어달라"고 인보증을 서준 것은
사적인 관계에 집착한 나머지 공인의식의 실종을 드러낸 본보기이다. 참여연대 박
원순 사무처장이 국회의원에 출마한 후보에게 축전을 보낸 것도 마찬가지다. 공적
관계가 복원된 사회를 위해서라면 사사로운 관계는 기꺼이 희생할 줄 아는 것이 공
인의 덕목이지 않겠는가!
지식인은 담론의 정치를 곧잘 한다. 지식인사회의 담론정치를 뒷받침하는 힘은 권
력화한 도덕적 권위에서 나온다. 성명서나 연대서명이 군홧발과 총구 이상의 화력
을 가지는 것도 바로 도덕적 권위의 힘 때문이다. 도덕적 권위는 진실에 기초해야
그 기반이 튼튼해진다. 거짓 위에서 도덕성은 자라나지 않는다. 기만과 위선만이
기웃거린다.
4.19일치 중앙일보를 읽다가 덕담인지 농담인지 헷갈리는 인터뷰 기사를 발견했
다. 국어능력인증시험 준비과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권영민 교수는 "지난해 초 전국 1백20여명의 국문과 교수들이 모여 추진위를 구성, 준비에 들어갔다. 언어전공 교수 및 박사 60여명인 출제위원단이 1만여 문항을 축적한 상태다. 사업을 함께 할 언론사로 일찍부터 가로쓰기를 도입하는 등 한글의 질적 제고에 앞장선 중앙일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가 한글의 질적 제고에 앞장섰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같은 날 중앙일보
를 꼼꼼히 훑어보았다. 중앙일보의 지면은 한글이 한자와 영어에 더부살이한다고
할 정도로 한글을 망가뜨려 놓는다. 그날 신문의 첫 장은 "母性 보호법 개정 치열
한 공방"으로 시작되어, 마지막 장은 "財團돈 208억 내돈 쓰듯 썼다"로 평소 해오
던 그대로 한자를 우대한다.
[Jmoney],[슈퍼재테크],[ON TV],[주부통신원 현장 리포트],[영화 '친구' 신드롬
왜 거센가…],[챔피언스리그],[시네 뷰],[시네마 홀] ,[Better Life], [의학 프리
즘], [오피니언], [중앙 포럼], [커버스토리],[알루미늄 포일 두께는?],[멋&맛 플
라자]가 큼지막하게 표지와 표제어로 군데군데 등장하는 것을 보고 능청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자와 영어가 어우러져야 한글이 질적으로 드높아지는 것은 아닐
텐데 권영민 교수는 슬그머니 거짓말을 집어넣어 놓은 셈이다. 권영민 교수는 국어
능력 가운데 서울대생의 수준 낮은 한자 실력을 더 많이 걱정한다. 한글문화 창달
보다는 한자를 포함하는 국어문화 창달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우리말글 사용을 제
대로 정립할지에 대해서 은근히 의구심마저 치밀어 오른다.
「서울대 권영민 인문대학장은 14일 "최근 몇년간 신입생들의 국어 실력이 현저하
게 떨어져 걱정"이라며 "일부 교수들이 대학에서 국어교육을 제대로 시키기 위해서
는 국어과목도 시험을 치러 일정 수준 이하인 학생은 정규 교과목을 수강할 수 없
도록 하고 `보충학습'을 시키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권학장은 "특히 신입생들의 한자 실력이 해마다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
타나 걱정"이라며 "한자를 몰라서 교과서를 읽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 수업을 제
대로 할 수 없는 정도라는 불만이 교수들 사이에 적지 않다"고 밝혔다.」 <연합뉴
스 김병수기자, 2001.04.14>
한가지를 감추려 하다 보면 모든 것을 속이게 된다. 그것은 아마 중앙일보에 대한
사사로운 부채의식이 크게 작용한 탓은 아닐까?
"교육업체인 조인스러닝-중앙일보 교육전문 자회사-(주)은 지난 24일 서울대학교
호암관에서 재단법인 한국언어문화연구원 설립기금 출연식을 가졌다. 이날 출연식
에는 송필호 중앙일보 부사장, 000 조인스러닝 사장 등과 서울대 총장단, 한국언어
문화연구원에 참여하게 될 이어령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 이기문 서울대 명예교
수, 심재기 국립국어연구원장, 권영민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재단법인 한국언어문화연구원은 한국학과 한국문학, 한국어에 관련된 각종 자료의
디지털 라이브러리 구축을 통해 바람직한 국어문화 창달과 체계화, 그리고 전세계
에 올바른 한국 관련학을 전달하는 일을 하게 된다. 또 국어사용의 정립을 위해 국
어능력 인증시험을 시행할 예정이다."
중앙일보가 공익사업을 위해 돈을 보태주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사적인 관계를 위해 공적인 사실마저 뒤틀어버리는 일은 삼가해야 한다. 가로쓰기
를 맨 먼저 시작하고 한글쓰기를 고집한 신문은 한겨레신문이었다. 이것은 신문을
불질러 다 태워버리더라도 기록이 존재하는 한 흔들리지 않는 사실이다. 내 주위에
는 여러 신문 가운데 유독 한겨레신문이 한글쓰기를 가장 열성적으로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겨레신문을 구독하는 수녀님이 계신다. 그분은 한글학회 정회원이기
도 하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교수신문이 창간 9주년을 기념해 전국 36개 대학 전임강사
이상 2백7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대학교수들은 지식인의 최고 덕
목으로 도덕성(34.5%)을 꼽았다는 기사를 실었다. 지식인은 사소한 인터뷰라 하더
라도 영양가 없는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늘어놓지 말아야 한다. 설사 중앙일보가
권교수의 동업자라 하더라도 공적인 신문지상에서 사담을 털어놓아서는 안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알면서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최상이고,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하는 것은 병"이라 했다. 알면서도 딴말하는 군자는 구설수에 오른다. 말을
잘못해 곤욕을 당하는 운수가 구설수이다. 남아일언 중천금이라는 말이 있다. 하물
며 남아 중의 남아인 교수가 대중을 교란시키는 허튼 소리를 하면 체면이 서겠는가.
거짓말의 여운 속에서, 나는 세치 혀 속에도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이거나 문화적인
이권이 개입되어 있음을 어렵사리 느끼지는 않았다.
"내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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