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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5-02, 21:16:22 에 일모도원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DIY, 내가 만들어가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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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원하신다면' 뭐든지 해줄 거라는 기업광고를 보면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게 실감납니다. 예전에 신세대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 새로운 소비성향으로만 이해되는 새로운 조류에 뭘 그리 호들갑인지 불만이 많았습니다. 아니, 그 시절엔 어지간한 모든 것이 불만이었죠. 적어도 새롭다고 말할 때는 세상을 창조하고 새로운 가치를 이끌어내는 그런 것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소비의 패턴이 달라진 것이 의미하는 것은 고작해야 시장의 재편으로 틈새를 만들어 보려는 기업들의 상술 쯤으로만 여겼었습니다.
그리고, 그후에 보이는 모습들은 많이 실망스러웠죠. 지금도 개성이란 specail이 아니라 unique를 의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새로운 바람에 한동안 떠들썩 했을 적에 기존과 다른 것들을 취하되 결국은 한무리를 이루어 마찬가지인 모습들이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신세대라는 말이 나온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군요. 돌아보니 그것은 역시 새로운 힘이었습니다. 하나씩 원하는 바가 모이고 모여 모두가 원하는 것이 될 때, 이제 '고객이 원하신다면'이라는 구호는 기업의 필수적인 조건이 되버렸네요. 소비의 패턴은 생산의 패턴이 변화되는 것을 요구했고, 그것이 향유되는 문화까지 바뀌었네요. 세상은 이렇게 변하나 봅니다.
그렇게 흘러온 시간 가운데, DIY 열풍도 대단했습니다. PC 조립하는 것도 그랬고, 이제 짜맞추는 가구도 그렇습니다. 만들어진 어떤 것을 보다 값싸게 선택하는 기성세대의 방식이 아닌 내가 필요한 것, 필요한 만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약간의 수고와 관심과 관련된 지식을 얻는 것까지 세상을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점점 늘려가는 움직임들이 흐뭇합니다.
하지만 정치부분에서 만큼은 아직도 먼 길을 가야하지 않나 생각해요. '국민이 원하신다면' 뭐든지 할 것 같이 말하는 사람들에게 뭐든지 해줄 거라 믿는 국민은 없죠? 군부독재시절에 비하면야 훨씬 좋아진 시절이지만, 여전히 정치권은 미리 만들어진 정치인들을 나열해놓고 고르게만 합니다. 개중에 더 좋을 듯한 사람도 있지만, 흡족하진 않더군요. 그 나물에 그 밥이니, 정치적 냉소주의가 만연한 것을 한탄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겠죠.
이런 생각을 해요. 정치인도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는 그런 풍토가 되면 어떨까하는 생각들이요. 내가 그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더 옳은 일인지 그에게 어떻게 하기를 기대하는지를 말할 수 있는 약간의 수고와 그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관심과 지식들을 얻어가면서 우리에게 그동안 간절히 필요했던 정치인을 만들 수 있다면, 세상 미워지기만 하는 이 정치적인 냉소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노무현을 좋아하는 건, 아무래도 이런 기대를 걸 수 있기 때문이겠죠. 그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도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지 않나 여깁니다. 노무현은 아직 기성화된 정치인이 아닌 우리의 관심과 수고와 알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더 필요한 사람으로 만들어 질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만들어가는 노무현, 노무현이 만드는 세상, 내가 만들어갈 세상. 무엇인가를 원한다면, 이제 정치가 정말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더이상 '국민이 원한다면'을 외치기만 하는 기성 정치인 중에서 고르는 습관보다는 내가 만드는 정치인을 한번쯤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요? 세상에서 원하는 바에 대해 좀더 적극적이고 원하는 바에 대한 관심과 수고를 아끼지 않는 그대가 만들어갈 세상에 살고 싶습니다.
PS) 노무현님이 바쁘겠지만, 하루에 한번씩이라도 작은 이야기를 주고받게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었으면 합니다. 직접 이야기하고 또 직접 들어가면서 그를 알고 싶고, 그에게 주문도 하고 싶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unique한 나의 노무현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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