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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5-14, 23:14:52 에 oblige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정치인이 절에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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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산문 출입이 잦다. 그 까닭이야 불심잡기라고도 하고 표심붙들기라고도 한다. 대권을 탐하는 정치인들의 만행길에 해탈고행의 본심을 동행할 리는 없다. 발길 닿는 곳은 어디나 대권도량이라고, 사바세계의 탐심들이 우루루 몰려와 오졸거린다. 본래 산에 사는 사람은 산중 이야기를 즐겨 나눈다고 했고 산문을 출입할 때는 산사람이 되라 했거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대자대비한 세상을 밝히려 연꽃 웃음지으며 부처님 오신 날, 청정한 수도장에
는 작은 권력이 모자라 큰 욕심 품고 정치적 상석을 차지하려는 정객들로 문전성
시다.
절은 절대로 "정치 그 따위로 밖에 못하냐"고 문전박대하지 않고 산문 밖에다 '총
재님, 대표님 오신 날' 대형 현수막이 내걸릴 법도 하다. 산문은 대권의 어귀로
어지럽다. 정화불사는 아직도 요원하다!
깨달음의 세계에서는 무소유도 대단한 재산이라 했거늘, 욕망에 끌리고 소망에
붙들린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허하다. 텅 빈 마음의 충만함을 모르고 제 마음
속 불심을 밝힐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정치지도자들은 격에 맞는 종교지도자들이
나 친견하려 안달이다.
3천 번 절할 것을 강제하며 내방객을 깨우치며 물리친 성철스님이 그립고, "천
장·벽·방바닥이 친구"라는 법전 스님의 말씀이 새삼스럽다.
"슬프다, 요새 사람들은 너무 똑똑한 나머지 자기 마음이 참 부처인 줄 모르고
자기 성품이 참 법인 줄을 모른다. 법을 저 멀리 성인들한테서만 구하려 하고,
부처를 찾고자하면서 자기 마음은 살피지 않는다." <지눌. 수심결>
대권이라는 것이 사람을 참 변덕스럽게 하는 모양이다. 여야 수뇌들은 기독교
신자들이다. 김중권 대표는 개신교로 감리교 신학대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이회
창 총재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알려졌다. 아무리 타종교를 찾아 두 손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이 아름답다하더라도 평소 하지 않던 행동거지는 버성긴 버릇 곧,
변덕의 표상이다. 김중권 대표가 불사를 찾아 두 손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불법을 존중하는 예라고 하지만, 그것이 대권행보를 위한 변신이라 구린내가 난다.
「최근 불교계 접촉을 늘리고 있는 민주당 김중권 대표는 8일 "순복음교회 조용
기 목사에게 자문한 뒤 사찰에서 합장을 하게 됐다" 고 소개했다. 金대표는 서울
약수교회 장로다. 金대표는 趙목사가 "사찰을 방문하면 불교의 예법에 따르는 것
이 당연하며 합장은 불교의 인사법이다. 또 불상 앞에서 절은 하지 못하더라도
경건하게 묵상하는 것이 맞다" 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金대표는 "과거 국회의원 시절(11~13대) 절을 방문한 적은 많았지만 합장은 하지
않았으며 대표가 된 뒤 처음으로 합장했다" 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30일 경
남 산청의 겁외사를 방문했던 金대표는 9일 오후엔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열리는
호국기원 및 경승(警僧) 창립 대법회 초청을 받고 참석할 예정이다.」
2001.04.08, 김정욱 기자, Joins.com
그들은 아무데서나 합장하고 기도하는 범신론자가 아니다. 일반 신자들과 특별
신자들에게 적용되는 교리를 따로 준비해놓고 있다면 결코 종교는 정치를 구원하
지 못할 것이다.
이회창 총재의 잦은 사찰 방문도 꼴볼견이다. 나란히 앉은 여야 지도자의 모습
은 강한 여당과 국민우선 정치가 마주하기 껄끄러운 기색을 엿보인다. 가시방석
위에 앉은 듯 심기불편해 보여 안타깝다. 하나의 세계와 또 다른 세계가 만나는 합장 속에 상생의 정치가 기거할지 미심쩍다. 이구동성 대권을 향한 염불은 불신감만 더해줄 따름이다.
"허투로 외는 것은 소리일 뿐 마음을 밝혀야 보살이 된다." <六祖壇經 機緣品>
수고하고 짐진 노동자를 고이 쉬게 하려 부처님 오신 날 그림판 하나가 절로
가는 마음을 발길질하고 나선다. 정치의 사바세계에는 "그냥 더럽게 살래"하는
궂은 마음 그윽하도다.
정치적 열반의 길은 허허 청산처럼 저만치 멀리 있구려! 동체대비, 중생의 아픔
을 제 몸처럼 아파하고 슬퍼하는 보살핌의 정치는 어느 세월에나 가능한 꿈인가.
다들 용의 발톱을 보려고 하지 대자대비한 부처님의 미소를 닮으려 하지 않는다.
입신출세 다한 곳에 경국제세의 길이 열린다. 대자대비한 불심으로 모든 중생을
구제하려들 않고 큰스님 머리맡에서 대권 염불로 애걸복걸이다. 중생은 뿌리요
부처와 보살-구도자-은 꽃과 열매라 했다. 꽃보다 귀한 뿌리를 멀리하면서 왕후
장상 놀이에만 마음이 가 있으니 민심은 정치로부터 이반한다.
사람의 마을에 꽃을 피워야 한다. 종교와 정치의 유익하지 못한 만남에 사람들
은 문턱 높은 산으로 오르지 않는다. 사람의 마을로 가지 않고 산으로만, 높은
자리로만 내달리는 행보는 패도정치고 정치적 만행이다. 불사는 대권의 몽상을
푸는 해우소가 아니며 정치인의 허망한 꿈을 실어 나르는 빈배도 아니다. 허주가
아니니까! 대권주자들을 모셔놓고 성대하게 벌이는 종교행사가 왜 정치행사로 보
이는지 사부대중들이 답을 해야 한다. 씨알들의 정치적 참견이야말로 정치와 종
교의 유착을 근절하고 사찰을 무량도량으로 보살피는 자비의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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