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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5-18, 15:16:27 에 nunnara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자장면을 먹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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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피로가 다 가시지 못한 탓인지 쉽게 이불을 털고 나올 수없었다. 밖은 오전에서 막 오후로 지나가는 시간이었다. 이 시각에 자주찾아가던 식당들도 오늘은 문을 닫아버렸다. 내 옷을 수선하기 위해 맡겨둔 세탁소도 마찬가지, 오늘은 다들 약속이라도 하듯 휴식을 하고 있다. 나 홀로, 시간의 미아처럼 아스팔트를 따라 가서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자장면집에 들어갔다.
환갑 지난 두 노부부가 냉면을 시켜 들고 있었다. 바래고 바랜 흰 무명 옷을 입은 노부부가 아마, 마지막으로 식사를 하는 것인가? 나는 스포츠신문을 찾아 펼쳐, 스타사진을 찾아보았다. 이런 날은 비키니 차림의 여자가 나온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자장면집 주방에서는 쉼없이 주문된 음식이 차려져 나왔다. 그옆으로 난 통로에서는 녹색 담쟁이 덩쿨이 보였다. 세명이나 되는 배달원이 철가방을 들고 오고갔다. 오늘따라 철가방에 쓰인 그, 붉은 한자가 낯설게 느껴졌다. 붉은 글씨로 된 '비룡반점'이라는 글이 나를 한없는 미궁으로 떨어뜨렸다.
갑자기, 이 세상으로부터 내가 따로 떨어져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내 고향, 섬처럼 나는 육지로부터 멀리 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넓적한 그릇에 담긴 자장면을 허기진 배에 채워넣었다. 진열대에 놓인 고량주 맛은 어떠한 것일까?
오후로 가는 시간에 나는 아스라히 걸려서, 바람에 나풀나풀 거리고 싶었다. 빨랫줄에 걸린 눈부시게 하얀 빨래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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