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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4-25, 19:41:34 에 여행시간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
| [문화] 관광정책이 실패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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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과 관련된 글을 쓰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 글을 쓴다. 외교와 외국에 관련된 것은 어쩌면 노후보의 가장 큰 약점일 지도 모른다고 모 신문의 기자가 비꼬았었는데 관광산업에 대한 것도 미리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다.
98년 스위스 관광청 초청으로 스위스 관광 박람회를 다녀왔다. 이 때 1인당 정부 초청비용은 약 8백만원 .. 국제관광박람회에 정부관료를 초빙하는 경우는 드물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여행사를 대상으로 한다. (프랑스도 올해부터 관광홍보비를 여행사에만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때도 우리나라에서 3개의 대표적인 outbound 회사만 초빙되었다. 아시아 지역에서 할당된 인원은 각 국에 2~4명씩, 일본은 좀 더 많은 인원이 초빙되었다.
그때 같이 갔던 아시아 대표들은 홍콩 2인, 말레이지아 2인, 대만 2인, 싱가폴 등등이었고, 대부분의 큰 회사들은 화교들이 장악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를 비롯해 4인이 대표로 초빙되었다.
참고로 나는 그 당시 입사 2년차였고, 박람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스위스의 GNP의 1/4이 관광수입이라는 자체만으로도 경악을 했고, 선진국인만큼 구축해 놓은 호텔같은 관광인프라도 엄청났다. 한가지 부러웠던 것이 이들의 관광 네트워크였다. 우리 나라의 러브호텔 규모의 숙박시설도 모두 숙박지로 전산연결이 되어 미리 예약만 하면 어디에서 든지 머물 수 있게 했고, 자전거를 서울에서 대여하여 부산에 반납을 하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두었다. 물론 민간주도이다. 각 지방에서 표준으로 사용하는 언어가 각각 다를만큼의 지방자치제가 확립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관광정책이 나를 기죽이게 했다.
각 지방의 관광청 직원들은 그 지방의 여행사를 운영을 하고 있거나 호텔을 운영하고 있거나 또는 카지노를 운영하거나 아니면 여행객들을 위한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관광청 직원이었으니 관광홍보를 위해 손발이 맞지 않을 리가 없었다. 물론 자신들의 이기적인 장사속도 없지 않았으나 "우리에게 돈을 벌어다 줄 손님"들을 극진히 맞이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였다.
가장 큰 충격은 우리나라 문화관광부 장관 격인 스위스 관광청장이 직접 각 나라의 대표들에게 와서 말을 건네고 "니네 나라 요즘은 어떠냐? IMF가 오래갈 것 같느냐?" 등을 물어봤을 때는 기가 막혔다. 우리나라의 권위적인 관료들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 것이지만, 이것은 유럽이면 사실 관광청장은 유능한 세일즈맨 중의 한 사람일뿐이다. 가까운 일본마저도 현의 장(長)이 한국을 찾아올 때면 가장 먼저 여행사를 찾는다. 이것은 거품 경제일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제 이제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오늘 어디 신문엔가 난 "세계적인 거리 인사동" 어쩌구 저쩌구 .... 이 구문을 보고 나는 "의의를 제기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인사동 ... 지금은 정말 많이 나아졌다. 이것은 진심이다. 왜냐하면 예전의 인사동은 방콕의 퇴폐적인 파퐁거리만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적이라는 말은 아직도 함량미달이다. 우리가 가장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있는 것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인사동이 한국적인 것을 대변할 수 있었을까? 일본 사람들이나 외국의 친구들이 방문을 했을 때도 가장 먼저 인사동에서 어디를 갈 지 고민을 한다면 사실 답이 없다. 인사동 그 좁은 골목길을 그냥 눈요기로 지나게 한다. 길에 잔뜩 팔찌 ... 목걸이, 잡스런 먹거리 등등이 널려 있다. 이것이 인사동을 대표하지 않고, 더더욱 한국을 대표하지 않는다. 이런 길거리에서도 민간주도로 한국적인 뭔가를 팔게 끔 유도해보라.. 정부 주도로 하는 일은 항상 개판이다.
외국인들이 인사동에서 어떻게 돈을 버는 지 볼까? 최근 인사동에 높은 호텔이 하나가 갑자기 생겼다. Fraser 호텔로 막 공사가 끝났다. 우리 나라 사람이 지었을까? 아니다!! 외국 자본으로 지어진 장기체류형 호텔이다. 물론 벌써부터 관광객들의 예약이 줄을 섰다. 얼마 전 지나다가 독일 단체 관광객과 이탈리아 관광객들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한발만 뒤로 물러나면 어디가 가장 한국적인지, 어디가 가장 특색이 있는 곳인지 ... 바로 알 수 있는 것이다. 경복궁, 남대문 등등 이런 역사적인 것만이 경쟁력있는 것은 아니다. 태국은 얼마나 많은 성공적인 테마파크를 만들어 내었는가? 농눅 빌리지 (Nong Nooch Village), 미니시암 등 ... 꼭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그들은 보고, 체류하고, 돈을 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 놓았다.
가장 한심한 예를 들어 볼까? 위에서 언급한 태국의 소인국 미니시암이라는 곳이 있다. 전세계의 유명 관광지를 미니어처로 만들어 두었다. 피라미드, 에펠탑, 남대문, 천안문, 자금성 등등 ... 장사가 잘되니까 얼마 전에 제주도에서 그대로 만들었단다.... 이런 한심한 놈들이 있을까? 모방도 이 정도는 .... 식상할 수준이다. 차라리 남대문, 불국사, 석굴암 등의 미니어처를 만들어 거기에 가면 한국의 유명관광지를 모두 볼 수 있게 만들어다면 어떨까? 오히려 외국인들은 가장 한국적인 것을 찾으러 오는데도 우리는 남의 것만 보여주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찾아 만들고, 개발하고 체류하게 하고, 돈을 쓰게 만들라!!
관광을 담당하는 정부관료들이 관광지와 휴양지를 구분할 수 있을까?
나는 관광연구원이든 뭐든 관광을 담당하는 인간들은 신분을 밝히지 말고 손님의 자격으로 우리나라의 하다못해 싸구려 패키지 상품이라도 경험해 보기를 원한다. 다른 나라 관광지를 제대로 알지못하고 관광 시스템을 알지 못하는 인간들이 자연을 훼손하며 개발하는 꼴을 더 이상 두고보기 싫다. 2002년 업계의 화두가 된 생태관광부터 관광과 자연이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 지 ... 또 우리나라의 관광현실이 어떠한 지 ... 실무자들은 세계적인 기준으로 비교해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제적인 감각이 뛰어난 분이나 이러한 영역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IMF를 벗어나고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것만으로 버거웠을테니 말이다. 김대통령도 관광에 무척이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분이나 그의 생각대로 이루어진 것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나는 최소한 관광청장 정도는 외국에서 수입을 하거나 아니면 외국 거주의 전문 한국인력을 폭넓게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관광을 이용해 적어도 돈을 벌 수 있기까지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것은 호텔과 같은 인프라부터 환경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20년의 장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가능하면 우리나라에도 적용가능한 외국의 관광시스템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실제로 이 부분은 민영화 부분까지 다루어야 하기에 민감한 분야하고 할 수 있다. 발전소와 같은 부분의 민영화는 충분히 반대할 수 있지만 철도와 같은 부분은 적극적으로 민영화의 길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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